2
부산메디클럽

[김갑수의 생각] 꼰대세상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 김갑수 시인·문화평론가
  •  |   입력 : 2023-09-07 19:36:01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대부분의 생각이 학습에서 출발했던 젊은 시절과 달리 나이가 많아지면 경험에 의존하는 면이 훨씬 많아진다. 경험에 바탕을 둔 예견은 대체로 들어맞는 수가 많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현정부 주요 구성원들은 장차 처절하게 응징당할 것이다. 논리와 분석에 따른 판단이 아니라 수십 년 경험치에 의존한 생각이다. 전직을 처벌하는 관행을 끊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어쩔 도리가 없을 것 같다. 같은 당이 정권을 승계하든 교체가 일어나든 마찬가지다. 경제 폭락, 안보위기 심화, 국가위상의 심대한 하락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큰돈을 걸고 내기를 해도 좋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대통령발 흉흉한 뉴스들을 갑자기 수습하고 이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무려 국민 35%에 이르는 병사들을 이끌고 사악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무찌르는 똘이장군의 용맹한 무용담이 어떻게 귀결될지 정말로 안 보인다는 말인가.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예견. 오랜 경험에 입각해 갖게 된 확신이 곧 꼰대스러움, 꼰대정신의 특징이라는 사실이다. 어디 나가 발언만 하면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꼰대, 꼰대’하는 놀림과 비아냥의 댓글이 난무한다. 만성이 돼서 그러려니 하고 별 감정도 일어나지 않건만 가끔 생각해 본다. 경험에 따른 확신을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앞날에 대한 예견을 미지의 영역으로 미루어 두고 섣부른 판단 자체를 삼가야 할 일인가.

요 며칠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사 중 하나가 “그래봐야 이준석은 3개월짜리다”는 대통령의 과거 통화녹취 내용이다. 소위 국가원수가 시정잡배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쯤은 이미 익숙해졌다. 교양과 지적 수준이 학력 경력과 별 상관이 없다는 좋은 예증이니 그나마 긍정적 기여를 하는 셈이랄까. 그런데 당사자 이준석이 라디오에 출연해 하는 발언이 흥미롭다. 애초에 일도 함께 해보기 전에 무조건 적개심을 갖고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대체 왜 자기를 그토록 싫어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이준석 씨, 정말로 몰라서 모르겠다고 하는 건가요? 입당해 당대표를 3개월 안에 끝장 내 버리겠다는 저 무시무시한 적개심은 바로 꼰대들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 아니겠는가. 이른바 ‘위아래도 몰라보는’ ‘어린놈의 당대표’에 대한 분노.

TV에서 연예인들이 킬킬거리며 예능을 한다. ‘너, 데뷔 연도 언제야?’ ‘꿇어!’ 그러니까 누가 먼저 데뷔했는지가 위와 아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니 어디 꼰대가 나이 든 사람만의 전유물일까.

정말 몇 십 년째 갖고 있는 의문이 있다. 왜 학교 시절 먼저 입학한 상급학년에게 존댓말을 해야 하고 윗사람으로 대해야 하는 건가. 그저 우연에 의해 먼저 태어난 것뿐이지 그가 나의 윗사람이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지 않은가. 나이 든 사람을 공경하라고 가르치는데 왜 그래야 하는 걸까? 나이가 들었든 어리든 각기 사람 나름이지 나이가 많으면 아무 이유 없이 공경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옳은 건가.

현 정부에 대한 비관적 미래전망에서 출발해 꼰대론에 이르기까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온 이 생각을 수습해 보자. 나는 인간 윤석열이 돌연변이성 특이한 집권자가 아니라 한국의 한 측면의 정확한 반영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금력 권력에 대한 절제 없는 무한 탐욕, 무교양 몰지성적 언행, 학벌과 집안을 배경으로 한 몰상식한 특권주의, 상전의식, 청소년기에 형성된 냉전적 적대감의 극복 부재, 힘센 존재에 대한 사대적 의존성과 비굴함, 니 편 내 편 갈라치기의 막무가내 습성, 어제 한 말 오늘 한 말 달라도 힘으로 찍어 누르면 통한다는 권위주의….

이 모든 것을 뭉뚱그려 꼰대주의라고 정리하자. 그렇다. 현재 한국은 꼰대들이 세월을 만나 무한권력을 휘두르며 열심히 뒤로 달려가는 중이다. 미국에 사대하고 일본에 굴종하고 중국 러시아와 적대하면서 언제 지뢰가 폭발할지 아슬아슬한 나날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확신에 차서 하고 있는 나 자신마저 나이 많은 꼰대에 불과하니 그저 이 모든 판단과 예견이 죄다 틀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족 하나 달자면, 사람이 위아래가 있다고 믿는 점은 진보세력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 소위 선배를 극진히 모시고 후배를 위한다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서 파생된 상하의식이 민주당 안에도, 진보단체에도 만연해 있다는 사실. 그래서 모기소리로 외친다. 전국의 학교장들아. 이 꽉 막힌 사회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면 전교생 반말쓰기부터 시행하라. 본래 모두가 존대어 쓰는 게 옳으나 우리 구어에서 존대는 너무나 고루하고 형식적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가 평어를 쓰는 훈련부터 학교에서 가르친다면 뭐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그저 궁시렁대는 꼰대의 한마디다.

※외부 필자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4. 4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5. 5“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6. 6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7. 7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7. 7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4. 4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5. 5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6. 6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