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였다. 파행을 둘러싼 검증과 네 탓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메가이벤트와 지방정부의 역량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돈 다 받고 권한을 달라고 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중앙정부에 묻는 행태”라며 “재정, 권한, 규제 해제 권한까지 대폭 넘겨준 중앙정부에 뒤집어씌울 거면 정부의 지방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언론에서는 “한국식 지역개발의 전형을 보여준 것으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행사를 지렛대로 삼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며 지방의 접근방식을 문제 삼는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재정지원을 겨냥해 ‘메가이벤트 재정정치게임’을 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쟁점은 메가이벤트와 지방분권, 지역발전전략으로 정리된다. 메가이벤트는 중앙 주도든 지방 주도든 목표가 있으며, 특정 지역이라는 공간적 장소와 관련해 기획, 실행, 사후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개최지는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강한 동기를 갖고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연계해 정책 타당성을 높이려 한다. 이를 소홀히 하면 무능하다는 질타가 쏟아진다. 그런 점에서 세계잼버리사태가 재정정치게임이란 비판은 지방의 실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메가이벤트를 치르기 위한 지역의 역할에 관해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메가이벤트는 다양한 기관과 복잡한 요인이 섞여 있고 아무리 많은 재정을 쏟아부어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다 매립지 토양으로 인한 해충의 극성, 혹서기에 대비한 녹지대 조성 및 온열질환 문제, 태풍 예상과 배수 등은 예산과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다. 일선 공무원들의 구체적 현장 지식과 개최지 주변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알게 된 집단지성이 거의 활용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행사는 사람과 장소, 사람과 사람이 엉켜서 움직이므로 그 상황을 둘러싼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안일한 대처, 지자체의 책임 한계선 긋기에서 보듯 관료화된 조직체계는 공식적 자료, 관할권을 바탕으로 업무를 계획하고 집행하는 방식으로 편향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장 정보가 공식 계획에 전달되지 못하거나 어느 관할권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곤충의 더듬이가 마비돼 정상 활동을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역 발전은 고유한 독자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의, 지역에 의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역은 중앙에 비해 제도·재정·기술적 역량이 취약하지만 현장의 직접적 경험과 구체적 지식, 전체적 느낌을 갖고 있다. 중앙 계획이 이를 무시하면 현실 적합성을 상실한다. 지역에 숨겨진 앎 지혜 자원을 발견해 활용하는 지역정책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 다만 이번 사태는 지방의 책임성과 문제해결 역량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음을 보여줬다. 수십 차례 해외 비교 시찰을 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건 지방이 책임의식 없는 수동적, 소극적 학습자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에서 몇 가지 교훈을 건져야 한다. 먼저, 지방분권의 실질적 기능은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기 문제해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역학습체계(Community learning system)의 구축이다. 지방분권은 중앙과 지방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가 자원을 총체적,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협력 플랫폼 구축의 학습과정으로 봐야 한다. 다음은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심화, 지역발전 불균형 등 난제는 중앙 계획 관점, 수단을 망라한 종합선물세트식 접근으로는 실패를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숨겨진 자원을 찾아 작지만 성과를 낼 수 있는 도구를 디자인하고 이를 지역에 민첩하게 적용하는 사회적 실험(Social living labs)이 권장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원, 문제 상황, 기존 행동 및 사고 패턴과 가치를 성찰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지역 리더십의 구축이다. 이는 무한 책임과 애정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메커니즘과 연대를 형성하는 21세기형 성찰적 실천가(Reflective practitioner) 정신을 갖춘 리더십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