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홍의 세상현미경] 독일을 보면서 곱씹어보는 교훈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  |   입력 : 2023-09-21 20:01:0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금도 유럽의 여러 나라 중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나라로 독일을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져 세계 많은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을 때도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궤도에 올라선 나라가 독일이었다. 자동차와 기계장치 분야에서 이 나라는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독일은 절대 망하지 않는 국가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 독일이 심상치 않다. 독일 정부는 2023년도의 GDP 경제성장률을 0.2%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독일 연방은행은 -0.5%로 예측했다. 참고로 2019, 2020, 2021, 2022년의 경제성장률은 1.1%, -3.7%, 2.6%, 1.8%였다.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을 제외하고 비교적 양호한 성장률 흐름을 보여주었다. 그랬던 것이 갑자기 2022년 4분기 들어 -0.4% 성장을 보이더니 2023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원인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독일은 값싼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에너지 공급을 끊자 타격을 받았다. 에너지 공급망을 빠르게 다변화해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았다. 이제 독일은 중국 없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2017년 이후 독일은 중국에 많은 수출을 했다. 독일 수출 1~3위 국가에 중국 이름이 항상 올랐다. 그래도 2020년까지는 수출입의 균형이 비교적 잘 맞았다. 2021년이 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급격히 줄고 수입이 대폭 늘어났다. 그 결과 2022년을 기점으로 대중 무역적자가 폭증했다. 이 해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878억 유로(118조 원)로 2021년의 약 2배에 달했다. 이때부터 독일경제가 멈추기 시작했다.

중국에의 과도한 경제의존이 원인임을 독일이 알게 됐다. 여기에 독일제품의 수입은 막고 중국제품 수출은 늘리는 중국의 술수가 있었음도 알게 되었다. 2022년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가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이 독일의 최고 파트너인 줄 알았는데 정작 중국은 독일기업의 중국시장 진입을 막고 자국 시장 보호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 중국 내 유럽연합 상공회의소 조르그 우드케 회장은 중국과의 관계를 손해 보는 연애로 비유했다. 독일의 중소·중견기업인 미텔슈탄트(Mittelstand)들이 중국시장에서 각종 제약을 받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독일은 중국에 대해 참 순진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면서 동시에 21세기 대표적 중상주의 국가다. 기술이 없을 때는 기술을 배울 만한 국가에 시장을 열어 마치 무역에 관대한 나라인 것처럼 굴다가 기술을 습득하고 자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교묘한 장치와 각종 이유로 수입을 틀어막는다. 이걸 독일이 간과했다.

한국기업들은 중국의 이런 태도를 이미 경험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초기 패자였던 현대자동차의 점유율은 현재 바닥이다. 한때 중국시장을 호령했던 갤럭시의 점유율은 0%에 가깝다.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의 자동차 배터리는 보조금 지급을 거부당해 점유율 0%다. 중국 승용차 타이어 시장의 1위였던 금호타이어는 중국 정부가 쳐 놓은 흑색선전에 시달리다 2018년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 SK텔레콤이 2006년 중국 2위 통신사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공중에 날렸다. 한국이 당한 것을 독일이 그대로 당하는 중이다. 문제는, 독일은 중국에게 은인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많은 첨단 기업을 인수하도록 허용해 기술자립을 도왔다. 참고로 독일 벤츠의 지주회사인 다임러의 1대 및 2대 주주가 중국회사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배신감뿐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독일 총리 올라프 숄츠가 한마디 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만 담았다.”

중국은 조금만 힘이 붙었다고 생각하면 안색을 표변시키는 나라다. 가난한 중국을 일으켜 세운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을 WTO에 가입시키고 미국시장을 열어 중국 경제성장을 도왔다. 미 클린턴 정부 때 일이다. 이유는 중국을 자국 편으로 만들어 러시아와의 패권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많은 미국 지식인이 중국의 태도 변화를 우려하면서 이 정책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중국돕기는 계속되었고 오늘날의 중국을 만들게 된다. 그러자 숨겼던 본색을 드러냈다. 시진핑이 중국 굴기를 국가 비전으로 내세우며 미국과 충돌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도 구동독에서 자란 독일 메르켈 총리는 중국 올인 정책을 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독일 위기다.

독일은 우리가 잊을뻔한 교훈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5000년 한반도 역사는 중국과 엮이면 화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에도 경험했다. 독일은 이제 경험 중이다. 중국경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한국수출의 19.5%(2023년 1사분기 기준)가 중국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다. 향후 대중국 수출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한국경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길게 보면 가야 할 길이다. 당장이 아쉬워 이 길을 걷지 않으면 가까운 장래에 한국도 독일과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비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3. 3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4. 4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5. 5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6. 6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7. 7[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8. 8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9. 9트럼프 “이란과 대화 중…전쟁에 쓴 돈 베네수서 만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0. 10[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3. 3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4. 4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5. 5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6. 6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7. 7‘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8. 8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9. 9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2. 2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3. 3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4. 4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5. 5[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6. 6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7. 7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8. 8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9. 9[속보] 日여성 살해 30대 남성…성범죄 목적 가능성도 수사
  10. 10“나 감방서 나왔다”…출소 나흘 만에 또 스토킹한 60대 징역형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클릭으로 여는 독도
지긋지긋한 론스타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출석 거부하며 장외 사실호도 일삼는 지광
AI 해킹 범죄 고도화…수사 공백 해소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