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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또 살생부

  • 박태우 기자 yain@kookje.co.kr
  •  |   입력 : 2023-09-25 19:23:1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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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시끌시끌하다. 국회 298석(2명은 의원직 상실) 중 168석의 원내 1당 모습이라고 보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지난 21일 국회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것이 단초가 됐다. 295명이 투표해 절반이 넘는 14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 대표는 26일 법원에서 영장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비정상이다. 민주당은 자당 의원 중 30명 안팎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판단한다. 이들을 색출해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다.

험악한 분위기에 의원들의 ‘커밍 아웃’도 한창이다. 이른바 ‘부결 투표 인증 샷’ 올리기다. 무기명 비밀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는 무너졌다. 민주화를 이끈 정파에서 정당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아이러니다. 내년 4월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7개월. 이번 투표 결과가 ‘공천 살생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제1 야당에 팽배하다. 민주당서 상식 밖 일이 벌어지는 이유다.

민주당에서 먼저 노골화됐지만 공천 살생부는 선거 때마다 등장해 여야를 발칵 뒤집었다. 부산 울산 경남(PK)은 보수 정당의 살생부로 몸살을 앓았다. 누구를 내세워도 PK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오만함. 소위 ‘깃발만 꽂아도 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다.

살생부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때인 18대 총선 당시 여당에는 버전이 다른 서너 가지 명부가 나돌았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대 총선에서는 ‘실세의 방문’이 살생부를 대신했다. 권력 실세가 전국을 돌며 특정 출마자를 격려했고, 이는 공천 보증 수표로 인식됐다. 국민의힘에도 살생부의 기운이 감돈다. 대통령실 인사 중심의 공천 유력자 이름이 나돌고, 누가 제거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들이다.

살생부는 출처가 불분명하다. 현실화할 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당내 의심과 갈등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의원들에게 위협적이다. 힘을 쥔 쪽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 명부가 상당 부분 들어맞는 경우도 많다. 살생부를 실행한 정파는 총선서 참담한 결과를 받았다. 18대 총선 땐 ‘여당 속 야당’이 출현하는 빌미가 됐다. 20대 총선은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결과를 낳았다. 살생부는 비민주적이다. 정치 공작의 산물이어서다. 민심은 배제된다. 실행한 쪽에 부메랑이 되는 건 필연이다. 민심은 변화무쌍하지만 상식으로 분출된다. 여야 모두 살생부의 유혹을 떨칠 때다.

박태우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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