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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명절 때 나눌 치매 예방 이야기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  |   입력 : 2023-09-27 18:40:1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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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치매 예방약 처방해 주세요!”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말이다. “저는 치매 예방 주사 맞았어요!” 이것은 깜짝 놀랄 말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주사가 없으니까. 하지만 치매 예방주사가 조만간 수입될 것 같다. 그런데 마냥 환영만 할 수 없는 것이 주사에 효과가 있는 사람은 일부이고, 매달 한두 번 맞아야 하는 주사비가 1년에 수천만 원이나 된다. 그리고 주사 전과 후로 부담해야 하는 이런저런 고가의 검사비용 등등을 고려하면 웬만한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주사로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오늘은 몇 천만 원 아낄 이야기를 해본다.

사실 치매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치매 소질은 조금 타고난다는 것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병중에서 유전자의 영향을 안 받는 병이 몇이나 되겠는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물론이고 암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타고난 걸 어떻게 해”라며 마냥 포기할 필요는 없다. 유전적 요인에 더해 개인적 환경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준다. 이들을 잘 관리하면 발병을 늦출 수도 있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발병은 내가 죽은 후로 미룰 수 있다는 말이다.

1986년에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신경과의사인 데이비드 스노든은 아주 특이한 연구를 시작했다. 노화와 치매의 비밀을 풀기 위해 수녀 678명의 삶을 추적하는 코호트 연구였다. 왜 수녀님들을? 공동생활을 하니 ‘환경적인 요인’이 비슷하고, 추적 관리도 쉽고, 개인에 대한 기록도 풍부해서다. 더구나 모두 여성이 아닌가? 이렇게 환경이 비슷하면 ‘개인적 요인’이나 ‘유전적 요인’이 발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녀들은 매년 기본적인 건강검진은 물론이고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자 치매에 걸리거나 세상을 떠나는 분들이 나왔다. 치매 여부와 상관없이 부검을 허락했고 뇌까지 기증했다. 이런 연구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연구의 관건은 치매에 걸린 수녀와 아닌 수녀의 차이를 찾는 것이다. 스노든은 수녀원 입회 때 쓴 자기소개서를 유심히 보았다. 내용과 어휘력이나 문장 구사력이 좋은 경우 치매 발병률이 낮았다. 대학 입시도 아닌데 자소서가 치매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성장기의 지적 토양이 노후의 치매를 막는 것처럼 보였다. 달리 말하면 아이들의 지적 성장에 관심을 갖는 좋은 부모들이 자녀의 치매를 막아준다는 말이다.

연구팀은 수녀들을 일일이 면담해 인지기능 관점으로 치매를 확정했다. 다른 팀은 오로지 부검 연구로 치매를 확정했다. 두 팀은 치매 수녀의 뇌도 치매 상태인지 확인해 보았다. 당연히 다 일치하지 않을까? 그런데 아니었다! 수녀들의 뇌는 4개의 특성으로 나눌 수 있었다.

먼저 생전 건강-건강 뇌, 생전 치매-치매 뇌인 경우는 생전 소견과 사후 부검 소견이 일치해서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생전 치매-건강 뇌인 경우가 있었다. 이들은 멀쩡한 뇌를 잘 쓰지 못하고 치매 환자로 지낸 것이다. 상당히 안타까운 경우로 대부분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만 치료했어도 치매 없이 살았을 텐데. 지금도 치매로 의심되면 우울증부터 확인한다.

하지만 정말 놀라운 사례는 치매 뇌를 가지고도 건강히 산 수녀들이다! 아니 그것이 가능해? 그들은 주어진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 탈출한 듯 보였다. 스노든은 이 그룹을 ‘도망자’로 불렀고 그들의 특성을 열심히 찾았다. 이런 탈출 비법이 치매 예방의 중요한 열쇠가 되지 않을까? 이제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얻은 치매 예방법을 공개한다.

첫째 뇌졸중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뇌가 망가져도 뇌의 여러 부분들이 힘을 합쳐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뇌졸중에 걸리면 뇌세포의 ‘절대수’가 부족해진다. 그래서 치매에 훨씬 더 잘 걸린다. 그러므로 뇌졸중 예방을 위해 성인병 관리를 잘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둘째 골고루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데 ‘혼밥’은 금지한다. 셋째 우울증을 앓지 말아야(걸리면 바로 치료해야) 하며 평소에도 부정적인 감정에서 ‘얼른’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는 등 자녀의 지적 성장에 관심이 많은 부모를 만나야 한다. 이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니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부모가 되도록 노력한다. 이것이 ‘치매 예방주사’보다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당장 실천에 옮기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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