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환대에 대한 생각들

  • 이해인 수녀·시인
  •  |   입력 : 2023-10-19 19:25:23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 손님맞이

손님들을 만나기 전엔

왠지 조금 긴장이 되지요

마음의 창을 열고 이야길 나누며

차를 마시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처음 보아도

낯설지 않은 친구가 됩니다

기도를 약속하는 가족이 됩니다

각기 다른 모습의 손님들을

한 송이 꽃이라고 생각하며

조심 조심 예를 갖춰

정성껏 대해주면

그들만의 고운 향기를

남겨놓고 떠납니다

나는 가만히 뒷정리를 하며

헤어지고 나서도

환대의 미소를 먼 데까지 날려 보냅니다



최근 서울에 갔던 이해인 수녀가 가을 우체국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본인 제공
100명이 훨씬 넘는 식구들이 살고 있는 부산 광안리 우리 본원(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는 하루도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이 없습니다.

제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는 이들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이들도 오며 가며 글방에 들르기 때문에 언제라도 환대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인사를 나눈 뒤에 시 엽서를 함께 보면서 서로 대화하고, 그런 뒤 헤어질 땐 방명록에 메모를 남기고 거의 모든 이가 기념사진을 찍곤 합니다.

이틀간 대구에서 강의를 하고 온 어제는 누구도 안 만나고 쉬고 싶었는데, 80대의 두 할머니가 부산 온 김에 해인수녀를 꼭 만나고 싶었다며 찾아왔다가 미리 약속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는 안내를 경비실에서 받고 돌아서는 길에 우연히 어느 수녀님을 만나 친절하게 연결되어 저를 만났습니다.



“곧 낮 기도가 시작되니 성당에서 함께 기도하시고 근방에서 식사하신 후 차 한잔하러 다시 오실래요?”라고 했더니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며 죽어도 한이 없다며 너무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 글방 여러 곳에 저는 환대에 대한 격언을 붙여놓고 혹시라도 손님들을 차별하거나 무례하게 대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어느 젊은 여성과의 면담을 거절했다가 얼마 뒤에 그녀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자책하며 슬퍼했지만, 다시는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후회로움만 가득했지요. 환대의 미덕을 가꾸는 데는 약간의 용기와 너그러움과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처음 보는 미지의 독자나 이웃이 찾아올 때 저는 이런 태도로 자신만의 지침을 챙깁니다.

바쁜 중에 잠시 짬을 내되 상대방이 눈치채고 미안해할 부담스러운 표현을 하지 않는 것.



제복 입은 수도자를 만나는 일 자체가 긴장되는 일이다 보니 함부로 훈계하거나 종교적인 언어로 가르치는 말을 피하고 오히려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꽃에 대해 물어보는 인간적인 대화를 하는 따뜻함을 지니려고 합니다.

어떤 힘든 일로 찾아온 이들에겐 단 한 번의 만남에 그치지 않고 아주 가끔씩 안부를 물어 잘 지내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봅니다.

우울증이 도져 죽고싶다거나 가족들과 화해하지 못해 삶에 평화가 없는 이들에게는 제가 아프고 힘들 때 쓴 글을 한 번 보시라고, 같이 기도하자고, 큰 도움이 못 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해줍니다.

남에 대한 환대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마음에 안 드는 나 자신을 용서하고 환대하는 용기도 필요한 듯 해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쉽다고 푸념하기 전에 다시 오기도 하는 새로운 시간들을 반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리 누리는 천국’을 살아보며 웃어 보리라 가만히 다짐해 봅니다.





2) 천국에 대한 생각

하늘에서 숲에서

새들이 노래하고

땅에는 꽃들이 많이 피고

나비가 날아오면

여기가 천국인가

늘 감탄하곤 했지요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기억력이 감퇴할수록

내가 나를 알아보고

다른 이를 알아보고

매일 매일 함께 사는 기쁨을

새롭게 감사할 수 있으니

여기가 천국인 것 같네요

아주 먼 그 나라는

안 가봐서 모르겠고

지금 여기야말로

미리 누리는 천국이란 생각을 하며

명랑한 웃음을 되찾는 중이에요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4. 4[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5. 5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6. 6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7. 7[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8. 8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9. 9"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10. 10[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4. 4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5. 5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4. 4[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5. 5예가람저축은행 해킹 피해로 고객 4만명 정보 유출
  6. 6현대캐피탈도 해킹 피해…주택대출 모집인 146명 개인정보 유출
  7. 7당국, '해킹사고' 확산에 내일 금융업권 긴급소집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10. 10"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바다로 안 돌아갈래”…‘부캉이’ 추가 구조 없이 당분간 움직임 주시
  6. 6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7. 7“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8. 8“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9. 9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4. 4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5. 5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6. 6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7. 7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8. 8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9. 9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10. 10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나림 이병주, 더 일찍 법(法)으로 통(通)했다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민원인(들)
AI 패권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생곡소각장 정치적 셈법보다 원칙대로 추진해야
알래스카 LNG, 협력하되 국익이 최우선이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인공지능(AI)과 인류 멸종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