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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부산엔 330만 시민이 산다

“엑스포 유치에 전념하라” 올 국정감사 대상서 빠져

시·의회 곧 행정사무감사, 제대로 못 챙긴 곳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기회로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3-10-30 19:56:3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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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이 맹탕이라면 국을 만든 사람도, 먹을 사람도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국 한 그릇은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나라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 이야기다.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는 15%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3명에게 물은 결과다. 반대로 49%는 성과가 없었다고 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 정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회다. 이를 맹탕으로 만들었으니 여야 국회의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 싶다. 그 맹탕을 대하는 국민 입맛은 더 쓰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지난 27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10일 국감이 시작될 때만해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다. 그만큼 국정 현안이 많았다. 정책 국감, 민생 국감이 어느때보다 절실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고성과 삿대질 속에 무더기 증인 채택 및 군기잡기식 호통 국감, 답변을 듣기보다 질의로 생색내기 바쁜 구태 국감은 여전했다. 의원들 마음이 내년 4월 총선이란 콩밭에 가 있었던 탓이 크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감 실적을 총선 공천심사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정부 방어에 급급했다. 국감보다 지역구 관리를 우선하는 맹탕 국감이란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정책과 민생, 구태와 맹탕이란 불협화음에도 귀에 박이는 쓴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이 한 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으로 1%대인 1.9%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가 공개됐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한 나라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경제 기초체력이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에 더해 “현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 경제침체기가 맞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예상하는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다.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선 오만한 서울중심주의의 단면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의 ‘부산 촌동네’ 발언이다. 이 부사장은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도움을 주고자 부산에서 열린 행사를 두고 동네 행사라고 깔봤다.

국감 무용론이 팽배하지만, 그래도 의미를 두는 건 이런 과정에서 찾는 우리의 과제와 해법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려는 노동시장 개혁이나 규제 혁신, 기술 개발 등 방안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특히 서울중심주의의 대안인 지방시대 실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국감의 피감 기관은 791개다. 지난해보다 8개 많다. 이 가운데 부산시는 빠졌다. 엑스포 유치라는 국가적 과제에 전념하라는 배려다. 그렇다고 부산시가 안고 있는, 부산시민이 당면한 문제가 유예되는 건 아니다. 점검하고 대안이 필요한 현안이 산더미다. 엑스포 유치는 당연히 이뤄야 한다. 아울러 330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와 혜택도 중요하다.

그래서 ‘박형준호 시정’을 대상으로 한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각별하다. 부산시의회는 다음달 8일부터 2023년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다. 부산공공성연대 부산참여연대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3일 모두 48가지 의제를 제안했다. 부산시 난개발, 시장 공약 및 시책사업, 공공기관장 인선 문제, 전세사기 문제, 지역의료 등 11개 분야를 망라한다. 시민사회의 이런 요구뿐만이 아니다. 과연 시가 행정력을 총동원한 엑스포 유치와 함께 부산의 현안과 비전에 어떤 답안지를 갖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슈퍼맨과 일반인의 차이는 단 하나다. 슈퍼맨은 일인이역을 한다. 시민은 ‘슈퍼부산시’를 원한다.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자치법 제49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41조 부산광역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시정 전반을 점검한다.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시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잘못된 점이 있으면 바로 잡고 향후 예산심사는 물론 입법 활동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동안 제대로 못 챙긴 곳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시의 성실한 자세는 기본이다. 그래서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제10조의 규정에 따라 증인선서를 받는다. 증인이 이유 없이 출석, 선서, 증언 또는 진술을 거부할 때는 관계법규에 따라 처벌할 수 있고, 위증의 처벌이 가능하다.

부산시의회의 시간이자 부산시민의 시간이다. 지방시대를 이끌기 위한 시와 시의회의 기초 체력을 기르는 마당이기도 하다. 맹탕은 맹물처럼 아주 싱거운 국이나 옹골차지 못하고 싱거운 일이나 사람을 이른다. 행정사무감사가 맹탕이란 소리가 나온다면 부산시나 부산시의회나 시민의 회초리를 각오해야 한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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