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지역·필수·공공의료 살리는 의대 증원해야

  • 임은정 기자 iej09@kookje.co.kr
  •  |   입력 : 2023-11-01 19:42:5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던 지인의 공대생 자녀는 올해 상반기 의대 진학을 위해 휴학계를 냈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도 취업 압박감이 컸는데, 의대로 진학한 친구를 보니 꽉 막힌 진로가 해결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고 했다. 서울대 이공계 학과를 다니는 지인의 자녀는 올해 학기 초 같은 과의 20%가량이 휴학계를 냈다고 했다. 대부분 의대 진학을 위해서다. 지인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키워 온 꿈을 이루고 싶어하는데, 지금은 자기 선택이 맞는지 확신이 안 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근 모임에서 만난 이는 서울 대치동에서 10여년 간 공부해 의사가 됐다고 했다. 유치원부터 대치동 커리큘럼을 따랐고, 초등학생 때 이미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고 한다. 그렇게 미친 듯이 공부해 의대를 진학한 20대 초반, 모든 삶에 의욕을 잃고 심각한 번아웃을 겪었다는 그는 “그냥 부모가 시키는대로 의대만 보고 살았다. 내가 뭘 잘하고, 뭐에 흥미 있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다 흘러가 버렸다. 의대 입학이 지상과제가 돼 버린 건 정말 잘못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날 모임에서 이공계 학과를 다니는 자녀를 둔 이는 “아이의 과 동기들이 의대 입시를 하겠다며 휴학을 많이 했다. 왜 의사가 되려 느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돈 많이 벌려고’ 그런다고 했다는데, 이들에게 직업적 소명을 기대하는 건 사치일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의대는 한국의 최상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초등학생을 위한 의대 준비반이 수도권에 이어 부산에도 등장했으며, 입시 정점에는 ‘의치한약수’가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도 의대는 상위권이었지만 지금은 전국 의치한약수 밑에 서울대 이공계 학과가 자리할 정도니, 비할 바가 아니다. 입시 설명회를 가거나 관련 유튜브 등을 들어봐도 대부분 의대에 맞춰져 있어 다른 과에 대한 정보는 찾기도 어렵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고해졌다. 많은 사람이 졸지에 직장을 잃었고, 자영업자·사업가는 부도로 픽픽 쓰러지는 와중에 망하지 않고 밥벌이하는 직업이 의사라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다.

요즘은 의대 입학정원 확대 문제로 온나라가 들썩인다. 2006년 이후 17년간 연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전국 의대 정원을 증원하자는 게 정부와 각계각층의 요구다. 하지만 500명, 1000명 등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자 의사협회는 3년 전 정부가 이 문제를 꺼냈을 때처럼 파업 등을 거론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고, 정부는 ‘인원 미확정’으로 수위 조절에 나섰다.

현재 의대 증원과 필수·지방 의료인력 확보에 대한 여론은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 명 당 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3.6명)의 52% 수준이다. 그 결과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2.1명으로 OECD 평균(3.7명)의 56%에 그친다. 전문가는 당장 이번에 입학 정원을 500명 이상 늘린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의사 부족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비수도권 할 것 없이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일상이 되고, 비수도권 환자들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울 ‘빅5병원’으로 향한다. 의사와 환자가 모두 수도권으로 쏠리니 지방 종합병원이나 의료원 등은 연봉 수억 원을 들이밀어도 의사가 없어 쩔쩔 맨다.

그렇다고 의대 증원 논의가 생명을 살리는 ‘수술 의사’ 대신 돈 되는 미용 의사 수만 늘리는 결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의대 졸업 후 지금처럼 모두 수도권으로만 몰리지 않게 지역·공공·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정교하고 치밀한 개선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의료환경이 열악한 곳에 살수록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의사가 없고, 장비가 없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크다. 더는 내 부모, 가족이 응급실 뺑뺑이를 하면서 상태가 악화되거나, 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의료계의 묘안을 간절히 바란다.

메가시티사회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물 의심 신고로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운행 중단
  2. 2원자재 급등에 부산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비 52%↑…준공도 밀려
  3. 3여름철 부산 소울푸드 '이것', 잘못 걸리면 병원 신세?
  4. 4"2000년 이후 17개 폐교대학 모두 지방대…정부지원 무색"
  5. 5부산진구 단독주택서 화재...60대 남성 숨져
  6. 6오후부터 소나기...당분간 낮 기온 30도 이상
  7. 7울산 남구 오존주의보 발령...실외활동 자제해야
  8. 8기름값 떨어졌지만…유가 상승에 향후 오름세 전환 가능성
  9. 9[날씨 칼럼]여름철 집중호우, 제대로 알고 대비하자
  10. 10국가유산 피해 7건으로 증가...부안 지진 피해 500건 넘어
  1. 1尹대통령, 우즈벡 사마르칸트 방문…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마무리
  2. 2尹대통령, 중앙아 3개국 순방 마무리… 귀국길 올라
  3. 3민주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최인호·이재성 등 다자구도
  4. 4북한 ‘오물 풍선’ 경남서도 발견…1600개 살포 추정
  5. 5韓中 대화, 푸틴 방북…내주 한반도서 치열한 외교 전망
  6. 6野, 김건희특검·방송3법 당론 재추진…‘반쪽 국회’ 가속 페달
  7. 7[뭐라노-이거아나] 대북확성기
  8. 8與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위’…野 ‘대북송금 특검법’ 맞불 구성
  9. 9국힘 대표 ‘당원 80% 국민 20%’로 선출
  10. 10‘1의원 1보좌관제’, 부산시의회 의장 선거 주요 이슈로
  1. 1"2000년 이후 17개 폐교대학 모두 지방대…정부지원 무색"
  2. 2기름값 떨어졌지만…유가 상승에 향후 오름세 전환 가능성
  3. 31124회 로또복권 1등 10명… 당첨금 26억2333만 원
  4. 4‘물 만난’ 롯데월드·롯데워터파크…시원한 워터 이벤트 쏟아진다
  5. 5냉감 침구류서 가전·과일까지 불티…유통가 더위 특수
  6. 6부산 아파트 전세가마저 하락
  7. 7용량 줄여놓고 가격 그대로…‘꼼수 인상’ 제품 33개 적발(종합)
  8. 8쿠팡 1400억 과징금에…부산센터 20일 기공식 취소
  9. 9에코델타 11블록 사업 급물살
  10. 10분산에너지법 시행…특화지역 지정 박차(종합)
  1. 1폭발물 의심 신고로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운행 중단
  2. 2원자재 급등에 부산벡스코 제3전시장 건립비 52%↑…준공도 밀려
  3. 3부산진구 단독주택서 화재...60대 남성 숨져
  4. 4오후부터 소나기...당분간 낮 기온 30도 이상
  5. 5울산 남구 오존주의보 발령...실외활동 자제해야
  6. 6[날씨 칼럼]여름철 집중호우, 제대로 알고 대비하자
  7. 7국가유산 피해 7건으로 증가...부안 지진 피해 500건 넘어
  8. 8“폭발물 발견 안돼”… 부산 도시철도 폭발물 의심 신고로 운행 차질
  9. 9일반 건축물을 국가유산으로 착각… 전북 지진 피해 잘못 집계
  10. 10의정 갈등 장기화 속 의협-대전협 '불화'
  1. 1한국 챔피언 KCC의 수모…FIBA 아시아리그 예선 탈락
  2. 2김영범 파리행 좌절 아쉬움, 한국 신기록으로 달래
  3. 3나달·알카라스 스페인 올림픽 대표 선발…세대 뛰어넘은 최강 테니스 복식조 탄생
  4. 4최형우 통산 역대 최다루타 1위 등극
  5. 5뮌헨 일본 이토 영입 추진…김민재와 주전경쟁 예고
  6. 6‘에어컨 없는’ 올림픽 선수촌…韓선수단, 쿨링재킷 입는다
  7. 7MVP 매탄고 임현섭 “팀원 대표로 수상…프로팀 진출 포부”
  8. 8협회장배 고교축구, 수원 매탄고 우승
  9. 9달라진 한현희…시즌 첫 QS, 이적 후 최다 9탈삼진
  10. 10막강 공격력 매탄고, 4년 만에 ‘고교 월드컵’ 제패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준설, 유일한 치수대책은 아니다
융합의 안목
국제칼럼 [전체보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AI시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기고 [전체보기]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부울경 메가시티가 먼저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우리 융복합 음악의 시초 고구려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파크 콘서트
스페이스 광개토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때 이른 더위에 긴 여름 더 걱정…폭염대책 빈틈없어야
부산 의대 교수들도 휴진 결의, 환자 어디로 가야 하나
세상읽기 [전체보기]
‘고립주의’ 미국, 돌아온 ‘정글’…한반도 해법은
부산 청년 수도권 유출, ICT 계열이 가장 심각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해인 수녀 '기도의 창가에서' [전체보기]
12월의 기도편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중국의 한국시장 시장교란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드론으로 변화할 부산의 미래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