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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순봉의 음악이야기] 미니멀 음악

하순봉 작곡가

  • 하순봉 작곡가
  •  |   입력 : 2023-11-05 19:15:3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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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 미니멀하면 보통 간소한 생활을 의미하는 미니멀 라이프란 단어가 익숙하다. 그러나 이 용어는 사실 문학이나 미술 쪽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미니멀 음악의 대가 아르보 페르트.
음악에도 1960년대 미국에서 이 미니멀 음악이란 장르가 나오는데 이 시기는 동서양의 문명 교류가 많았고 사회 여러 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그런 시대였다. 당시 미국에 인도의 연주자 라비 샹카가 와서 전통음악인 라가를 소개했는데 이것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라가는 종교적이고 내세적이면서 단순하고 협화적인 음악이 끝없이 반복되는데 하루종일 연주하는 이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적인 음악이 미국의 음악계에 주는 충격은 예기치 못한 반응이었다.

사실 이 미니멀 음악이 나오기 전의 당시 현대음악계는 음향작곡이라는 파괴적이고 난해한 거대한 불협화음이 주도하고 있었는데 당시 새로운 음악을 찾고 있던 스티브 라이히나 필립 글래스 같은 미니멀 음악의 1세대 작곡가들에게 이 라가음악은 번쩍이는 새로운 하나의 답이 되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미니멀 음악은 현대음악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한다.

이 음악은 쉽게 말해 짧고 단순한 선율이나 동기가 끊임없이 반복이 된다. 그러면서 음악은 점진적으로 느리고 미세하게 변화되어 간다. 그 느낌은 담담하고 객관적이며 구조적이고 체계적이다. 내세 명상 우주 최면, 이런 단어들로도 설명이 된다. 음악의 울림도 협화적이고 조성적이다. 한마디로 난해하지 않은 듣기 편한 음악이다. 뉴에이지 음악 쪽에서는 이 미니멀 음악을 뉴에이지의 한 장르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이 미니멀 음악의 성격은 어떻게 보면 음악의 전 장르에 다 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출발은 민속음악이지만 비틀즈나 핑크 플로이드의 록이나 존 콜트레인의 재즈에서도 그 경향은 보인다. 심지어 몽환적인 반복의 테크노 음악도 미니멀 계열이다. 그래서 현대음악의 장르 중에서도 애호가들이 가장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생각된다.

작곡가들도 1세대에서부터 이제는 3세대까지 나와 있다. 그간의 시간만큼 역시 조금씩 음악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1세대의 대표주자인 필립 글래스는 영화음악도 많이 작곡했고 미니멀 음악의 대중화에 가장 큰 공을 남기고 있다. 에스토니아 출신의 아르보 페르트는 수도승 같은 외모답게 음악도 아주 종교적이고 명상적이다. 그의 음악은 종소리같이 맑게 울린다고 해서 틴티나불리 양식이라고도 한다. 많은 대중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다. 영혼이 정화되는 그런 음악이다. 꼭 한 번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슬픔의 교향곡’으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의 작곡가 헨릭 고레츠키는 전쟁의 아픔과 내면의 고통을 아주 강력한 불협화음으로 된 미니멀 음악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2세대 작곡가 존 아담스는 전통적인 미니멀 음악에다 더욱 화려한 후기낭만의 관현악 광채를 더하여 보다 강력하고 역동적인 새로운 스타일의 미니멀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음악의 형성개념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반복이다. 미니멀 음악을 듣다 보면 반복과 단순함의 본질에 대해서 늘 생각하게 된다. 많은 작곡가가 치열하게 추구했던 수많은 음악의 표현과 기교들이 때론 허무하고 무색하다. 작곡훈련 중에 음표 하나만으로 음악을 만드는 연습이 있다. 최소한의 소재로 의미를 부여하기! 잠언이나 묵언 같다고 할까? 우리의 삶도 많은 말이 불필요할 때가 많다. 한 해가 저물고 또 겨울을 맞이하면서 좀 더 침잠하고 좀 더 단순하게 미니멀음악의 정신을 내 생활에다 투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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