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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나이롱 환자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11-09 19:44:4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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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론은 1935년 미국 화학자 월리스 캐러더스(1896~1937)가 만든 합성 인조섬유로,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용 소재로 사용되면서 본격 보급됐다. 1939년에는 나일론으로 여자 스타킹이 만들어졌다. 천연섬유보다 저렴하고 광택도 괜찮게 나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일론이라는 단어가 해외 포르노 사이트에서 스타킹을 뜻하는 은어로 자리 잡았다는 설도 있다.

우리나라 도입 당시 일본식 발음인 ‘나이롱’으로 불렀다고 한다. 인조섬유라는 점에서 ‘가짜’ 이미지도 붙었다. 나일론을 대신한 나이롱이라는 단어가 ‘진짜가 아니면서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를 뜻하는 은어가 된 것이다. 가짜로 치는 박수를 ‘나이롱 박수’라 부르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그렇지 않을 때는 “나이롱 뽕이다”고 표현했다.

가장 많이 쓰인 말은 ‘나이롱 환자’다. 환자가 아니면서 공갈, 보험금 또는 휴가 등의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한 사람을 지칭하는 은어다. 정치권이나 고위층 인사 자녀들의 병역 회피용 나이롱 환자 논란도 벌어졌다.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이 1%라도 있을 때 상대방 치료 비용 등은 보험한도 내에서 전액 부담한다. 이 때문에 가벼운 사고에도 병원 치료를 받는 나이롱 환자 문제가 생겼다. 워낙 심하다보니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었고 보험설계사 변호사 시험에도 이 단어가 등장할 정도다.

그 방지 대책이 환자들의 병원 외출 기록 의무화다. 올 1월부터는 교통사고 이후 경상환자(상해 12~14급)는 사고일로부터 4주를 초과해 치료받아야 한다면 추가진단서롤 발급받아 제출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정형외과보다 3배가량 비싼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도 많다고 한다.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비가 늘어난 이유다.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국토교통부가 9일 행정예고한 관련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한의원 등은 자동차보험 환자에게 처방할 약을 사전에 만들어둘 수 없게 된다. 한약의 1회 최대 처방일수는 종전 10일에서 7일로 조정됐으며, 경상 환자 시술횟수도 제한된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연간 500억 원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보험처리로 병원비 걱정 없이 장기 입원하는 나이롱 환자 문제는 뿌리 뽑히지 않았다는 시각이 많다. 보험비용은 소비자 부담이다. 정부 대책은 물론 보험업계 및 의료계의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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