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현의 끼니] 참새구이와 어묵

  •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11-12 19:20:20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곧잘 한국 친구들과 어울려 대폿집을 찾아 막걸리와 정종을 마셨어요. 명동의 조그만 술집이었지요. 겨울철 참새구이와 꿩고기를 안주로 정종 마시는 걸 좋아했어요. 칠 년 만에 다시 돌아와 명동의 그 술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섭섭하게도 이번에는 참새가 없더군요.”

참새구이가 사라진 자리를 대신한 어묵꼬치.
1971년 10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한 필립 C. 하비브(Philip C. Habib)가 이듬해인 1972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하비브 대사는 이미 1960년대에 주한 미국대사관의 외교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인터뷰에서 당시의 추억을 회고한 것이다. 이 인터뷰가 흥미로운 대목은 “섭섭하게도 이번에는 그 참새가 없더군요”라는 부분. 1960년대에는 명동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참새구이가 1972년에 다시 오니 사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50~60년대 서울 도심의 서민적인 주점과 포장마차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참새구이였다. 도시나 농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참새는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먹거리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남획이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 해에 술안주로 잡는 참새만 ‘가짜를 제외하고도 수십만 마리 정도’였다고 한다. 정부는 1970년대부터 ‘조수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단속을 시작했다. 1972년 8월 1일부터 ‘야생조수 보호를 위한 수렵 금지’ 조치를 통해 참새 수렵을 전면 금지했다.

국가의 공권력이 서슬 퍼렇던 시절이고 사회 전체가 병영국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시절이었다. 전면적인 수렵 금지의 시행은 1972년 8월부터였지만 정부의 방향이 정해진 이상, 시행령이 발효되는 시점까지 굳이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일선 공무원들은 즉각적인 단속을 실시했다. 서울 시내 술집에서 참새구이는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때문에 하비브 대사의 인터뷰는 참새 수렵 금지가 시행되기 전에 이뤄졌음에도 그는 더 이상 참새를 먹을 수 없었다.

금지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쪽을 막으면 퇴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었다. 정부와 시장은 의외로 신속하게 참새구이의 대체재를 찾았다. 오뎅(어묵)이었다. 당시 어묵은 본질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두부나 콩나물처럼 당일 생산, 소비가 원칙인 식품이었다. 대부분의 어묵 공장은 규모가 영세했고 따라서 생활 반경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원료의 수급이 그만큼 쉬웠다. 어묵 자체가 완제품에 가까우니 장사를 위해서는 별도의 조리시설이나 기술이 필요 없었다. 꼬치에 끼운 어묵을 뜨거운 국물에 익히기만 하면 됐다. 원료의 수급이 쉬운데다 진입장벽도 낮았다. 참새구이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오뎅이 도심 술집과 포장마차의 대표 선수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여기엔 언론의 몫도 컸다. 참새구이에 대한 추억이 차지하고 있던 기억을 어묵으로 바꿔야 했다. 이때부터 겨울의 거리나 포장마차의 풍경을 묘사하는 이미지로 어묵이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참새에 대한 수렵 금지는 1977년부터 부분적으로 해제된다. 그리고 5년 만에 거리의 주점과 포장마차에 참새구이가 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영광은 없었다. 간식으로, 안주로 어묵 맛에 매료된 한국인들은 이전처럼 참새를 찾지 않았다. 어묵은 그렇게 참새를 이기고 우리나라 길거리 음식의 강자로 등장했던 것이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3. 3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4. 4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5. 5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6. 6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7. 7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8. 8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9. 9[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10. 10[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1. 1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2. 2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3. 3李 대통령 “다문화가정 지원, 문제 시정하는 게 차별 아냐”
  4. 4장동혁 “박근혜, ‘인재들로 총선 이기고 정권 탈환’ 당부”
  5. 5[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6. 6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7. 7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8. 8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9. 9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10. 10“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1. 1정부, “가덕도신공항 건설 대한 주민 의견 최대한 많이 들을 터”
  2. 2반도체 날개 달고 韓 수출 사상 첫 9000억 불 돌파…올해 1조 달러 달성할 듯
  3. 3[속보]‘엿새째 무소식’ 부캉이 진짜 떠났나…3일 최종판단
  4. 4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종합)
  5. 5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6. 6이재용 일본 반도체 패키징 거점 방문, 日 소부장 협력 모색
  7. 7못 말리는 한국 제품 인기…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눈앞에(종합)
  8. 8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9. 9동원개발, 협력사와 손잡고 ‘안전보건 상생’ 다짐
  10. 10국산 비만약 에페 공급가, 마운자로보다 40% 저렴
  1. 1고속도로 달리던 중 렌터카 핸들에서 뱀 출몰…소방 출동
  2. 2진주시, 70여 년 만에 보건소 단독 신청사 건립
  3. 3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4. 4부산서 ‘불멍’ 즐기다 날벼락…일가족 2명 다쳐
  5. 5진주서 택시 화재…운전자 등 2명 화상
  6. 6[속보]피 토하는 아들 방치하고 사망보험 가입한 보험설계사 母 징역 3년
  7. 7부산 영도 조선소 러시아 어선 화재…소방대원 1명 부상
  8. 8[한 손 뉴스] 마르는 회야강에 낙동강 물 공급 검토…양산시 타당성 조사 착수
  9. 9밤부터 비 그치고 월요일 오전 맑아져…평년 기온 보일 듯
  10. 10[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1. 1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2. 2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3. 3‘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4. 4“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5. 5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6. 6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7. 7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8. 8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9. 9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10. 10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