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날씨와 마음의 관계

김민경 당근정신의학과의원 원장

  • 김민경 당근정신의학과의원 원장
  •  |   입력 : 2023-11-22 19:09:0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을치고는 지나치게 포근하다 싶은 날씨가 지속됐다. 우리 의원에 방문한 내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땀까지 흘리는 건가 의아한 시점에 “선생님 오늘 많이 덥네요”라는 말을 듣고 무심결에 에어컨을 켜다 흠칫했다.

‘세상에! 지금이 11월인데 날씨가 이렇게 덥다니.’ 그러나 채 2주가 지나지 않아 갑작스런 한파가 몰아닥쳤다. 출근길에 패딩으로 무장하고 나서는 사람이 늘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처럼 우리 마음도 왜 이렇게 한순간에 얼어붙는 것일까?

날씨와 계절은 우리의 마음에 제법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영국처럼 흐린 날이 많고 해를 보기 어려운 날씨는 우울증 환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더 많다. 날씨가 흐리다는 것은 기압이 낮다는 것인데, 저기압일 때 사람은 보통 기분도 같이 저하되고 의욕이 없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고 기분이 나빠 보이는 사람을 보면 ‘오늘 저 사람 저기압이니 조심하자’고 다들 속닥거리지 않는가.

실제로도 화창하고 고기압인 날씨보다 저기압이고 흐린 날씨에는 상담을 예약하고도 오지 않는 내담자가 더 많다.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싶다가도 날씨나 환경의 영향으로 집밖을 나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부부갈등이 심해진 사람에 대해 우리는 흔히 서로 간의 관계가 얼어붙었다는 표현을 쓴다. 대개는 서로 활활 태우며 열정적으로 싸우다 지쳐서 냉전기를 맞이하고 차라리 싸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는 휴전 상태를 맞이한다. 사실 서로 상처 받을까봐 잔뜩 웅크리고 있는 상태다. 긴밀한 관계에서만 그런건 아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찬바람이 쌩쌩 부는 예민한 사람 앞에서 또 무슨 말을 들을까 염려가 돼서 입을 떼기 두려웠던 경험이 한번 씩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실제로 따뜻한 온도와 감각은 마음까지 녹이는 효과가 있다. 상담자들은 부부 치료를 할 때 상담공간을 조금 더 따듯하게 한다. 한여름이라도 에어컨을 켜서 서늘하게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덥게 에어컨을 끄는 식이다. 따듯한 공기가 옆에 앉은 배우자나 상담자와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데 더 효과가 있는 듯하다. 한 실험에서 모의 면접을 보게 하고 면접자에게 한 곳에서는 시원한 음료를, 또 다른 곳에서는 따뜻한 음료를 대접했다. 비슷한 조건으로 실험을 통제했는데 면접자는 따뜻한 음료를 받은 쪽에 더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두뇌는 실제 덥거나 혹은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것과 몸이 긴장되고 설레고 기분이 좋아 흥분되는 것을 세밀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마침 독감에 걸려 열이 펄펄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 옆에서 누군가 고백을 해 온다면 ‘그가 좋아서 내 가슴이 이렇게 뛰는 것인가’고 착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애 초반에 애인과 놀이공원에 가거나 함께 무서운 영화를 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한 경험이 춥고 서늘하다면 행복하다고 느끼기가 참으로 힘들다. 내담자들이 힘든 상처를 떠올리며 꺼내는 기억은 추위와 연결된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추우면 몸이 얼어붙고 누구나 허전하고 쓸쓸함을 느낀다. 부모님에게 혼나고 집 밖을 나와 앉아 있을 때의 서늘함. 혼자 텅 빈 집에 귀가했을 때의 외로움은 모두 싸늘한 공기와 연결되어 있다. 혼자 남겨진 공간은 온기가 없고 차갑기 마련이다.

혹시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낭만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눈이 낭만적이려면 먼저 따뜻하게 체온을 보호해주는 털모자와 부츠가 필수품목이다. 내 몸이 따뜻한 상태에서 시각적으로 즐기는 눈의 풍경이 아름다운 법이다. 만약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 지금처럼 추운 계절이 제격일지 모른다. 아무래도 포근한 봄 가을이나 뜨거운 여름에는 웬만한 따뜻함으로도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듯한 차 한잔, 호호 불며 먹게 되는 갓 구운 붕어빵 하나로도 내 마음을 온전히 전달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시기가 상대와 따듯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자연스레 감정의 온도를 높이기 참 좋은 계절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9. 9“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4. 4[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5. 5‘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6. 6“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7. 7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8. 8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9. 9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10. 10李대통령 국정 지지율 36.9%로 소폭 상승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6. 6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9. 9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0. 10[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속보]미 플로리다 팜비치 카운티 도로에 제트기 추락, 탑승자 9명 전원 사망
  10. 10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호감과 비호감 사이
클릭으로 여는 독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대통령의 SNS 신중함과 절제로 국정 신뢰 지켜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