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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자객 공천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3-11-23 19:02:55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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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2월 부산 사상에 출마한 새누리당 손수조 예비후보를 인터뷰한 적 있다. 그가 “공천 심사비 100만 원. 20대 정치신인에겐 너무 큰 돈입니다”고 X(옛 트위터)에 적었을 때다. 정치신인이 부딪힌 ‘장벽’을 다루려던 기사는 예상과 다른 파장을 낳았다. 이튿날부터 “손수조가 누구냐”고 묻는 전화가 빗발쳤다. 여권은 발 빠르게 야당 대권주자인 문재인 후보에 맞설 카드로 손 후보를 낙점했다. “이기면 다행이고 져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속내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손 후보가 낙선했으니 실패한 ‘자객 공천’이다.

때론 자객의 칼 끝이 아군을 겨냥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자 윤석열 대통령 측근인 김은혜 전 의원이 경선에 나서 유 전 의원을 꺾었다. 일본에선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자객 공천의 원조로 꼽힌다. 고이즈미는 우정민영화에 반발해 자민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꺾기 위해 여성 배우나 아나운서를 킬러로 투입했다. 결과는 자민당 압승.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스타 장관’을 투입해 야권 거물을 잡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23일 “원희룡(국토부)·한동훈(법무부) 장관은 좋은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며 ‘출마’를 권유했다. 앞서 원 장관이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가장 센 상대와 붙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저격수’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성사된다면 ‘미니 대선’이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강세인 계양을에서 원 장관이 패해도 손해가 크지 않다. 오히려 대권후보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바람을 잡는 분위기다.

한 장관도 “여의도에서 300명(국회의원)만 공유하는 화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닌가. 나는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며 정치 데뷔를 시사했다. 한 장관이 신당을 준비 중인 이준석 전 대표와 맞붙거나 수도권에서 야권 중진과 격돌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야당도 중량급 ‘새 피’를 격전지에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총선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출진한 서울 광진을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보내 승리했다.

상대 목숨을 끊기 위해 자객을 보내는 무협 세계의 논리가 우리 정치판에서 유독 인기 끄는 이유는 뭘까.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극단적인 대결문화가 원인 아닐까. 자객이 늘어날수록 ‘통합’과 ‘협치’는 소멸하고 증오의 불꽃만 타오를 것은 분명하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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