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소득보장을 목적으로 국연연금제를 도입한지 35년(1988년)이 지났는데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올해 OECD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9.3%로 나타나 노르웨이(3.8%) 등 북유럽 복지국가에 비해 10배 정도 높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높은 원인은 무엇인가? 그 원인은 국민연금 수급연령과 정년퇴직연령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정년퇴직연령과 국민연금 수급시기가 같다. 즉, 정년퇴직 이전에는 임금소득으로 생활하고, 퇴직 이후에는 대표적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정년퇴직 이후 국민연금을 수급하기까지는 3~5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2023년 63세~2033년 65세).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받는 국민연금도 2022년 기준 68만 원(복건복지부, 2023년 )에 불과해 노후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용돈 연금’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시에는 수급연령과 정년퇴직 연령이 60세로 같았으며, 소득 대체율도 70%였다. 하지만 두 차례(1998년, 2007년)의 개정으로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은 65세로 상향되고, 소득 대체율은 40%까지 떨어졌다.
몇 달전 프랑스 정부는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정년퇴직 연령과 연금 수급연령을 동시에 2년(62세→64세) 정도 상향시켰다. 프랑스 노동자와 시민단체는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정년연장에 반대하는 파업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자들은 프랑스와 달리 정년연장을 희망하고 있다. 최근 한국노총이 전문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법정 정년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63%로 나타났다(한국노총, 2023년). 두 나라 간 이런 차이가 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한국 노동자들이 더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프랑스 노동자들은 정년퇴직 이후 국민연금으로 노후생활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OECD 회원국의 노동시장 은퇴연령을 살펴보면, 한국은 61세로 튀르키예(옛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은퇴연령은 65세이고, 노르웨이 이스라엘 아이슬란드 등은 67세다. 일본과 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국민연금의 고갈과 인구고령화에 대비해 정년퇴직 연령을 67~70세로 연장했다. 우리나라도 인구고령화와 노인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연금의 현실화와 정년연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개선방안(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구체적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핵심 내용은 국민연금의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요율을 인상(12~18%)하고 연금수급연령(65~68세)을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태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는 싶지 않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과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1988년도 국민연금 도입 초기와 같이 국민연금수급연령과 정년퇴직연령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험요율과 소득대체율의 인상을 통해 최소한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야 한다.
보험요율 인상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반드시 지급한다(국민연금법 제3조 2항, 국가의 책무)는 확신를 통해 기금고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한다. 그리고 한국 보험요율(9%, 노사 각 4.5%)은 OECD 회원국 평균(18.2%)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만큼 투명하고 진정성있게 다가간다면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정년퇴직한 많은 노동자들이 또 다시 재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어렵게 구한 일자리의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배 노동자들의 피 땀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평생 국가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우리 아버지들(미래의 우리)의 노후빈곤을 해소해야한다. 누구나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고 정년퇴직 이후에는 국민연금으로 세 끼 밥걱정하지 않고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진정한 개혁을 통해 희망의 국민연금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