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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풍자와 혐오 사이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11-26 19:47:1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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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이는 말을 끄는 하인으로, 말대답은커녕 주인 얼굴도 못 쳐다 보는 천민이다. 하지만 탈춤 속 말뚝이는 좀 다르다. 양반이 불러도 제때 나타나지 않거나(동래야류), 오히려 말뚝이에게 욕 먹을까 양반이 떤다(수영야류). 문안 인사를 한다는 핑계로 얼굴에 방귀를 뀌는가 하면(은율탈춤), “쎄(혓바닥의 경상도 사투리)를 쏙 빼리로다”하며 욕설을 서슴지 않고(통영오광대), 심지어 복이 들어온다며 양반을 두들겨 패기도 한다(봉산탈춤). 엄격한 신분 질서 아래에서 양반의 착취와 횡포가 극에 달했던 조선 후기, 말뚝이를 앞세운 풍자와 해학은 하층민에게 무한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8년 전 프랑스 만평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은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인가란 논쟁을 촉발했다. 이 잡지는 성역이 없고 표현 수위도 매우 높다. 심지어 이슬람 창시자를 성적 대상화 하는 만평도 불사했다. 이는 결국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습격에 편집장 등 1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로 번진다. 이후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라며 ‘내가 샤를리다’라는 구호가 서구 전반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종교를 모욕하는 자유까지 허용해선 안 된다는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도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설치는 암컷’ 발언 여진이 잦아들지 않는다. 문제 발언은 지난 19일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서 나왔다. 사회자가 현 정치 상황을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자, 최 전 의원이 부연하면서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런 건 잘 없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를 ‘설치는 암컷’에 비유한 것이다. 논란이 되자 이재명 당 대표의 경고와 당 지도부 사과가 이어졌고 발언을 감쌌던 일부 여성 당직자는 직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여전히 “뭐가 잘못이냐”는 목소리가 존재하고, 최 전 의원 자신도 자숙은커녕 ‘It’s Democracy, stupid. 이게 민주주의다, 멍청아’하며 되레 큰 소리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요체고, 최고 권력자는 늘 비판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수인한도(受忍限度)라는 게 있다. 당사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발언이 정당한 비판일 리 없다. 최 전 의원은 전직 국회의원인 변호사이고 청와대에도 근무했다. 그가 몸 담은 민주당은 168석을 가진 거대 정당이다. 최 전 의원은 맨주먹 뿐인 약자가 아니거니와 그를 옹호하는 언론과 유튜버 등 스피커도 차고 넘친다. 그러니 ‘암컷’ 운운이 말뚝이같은 카타르시스는 없고 혐오감만 일으키는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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