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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노무현식 균형발전이 옳다

김포 흡수한다는 메가서울, 역대 균형발전 흐름에 역행

서울 확장 반대여론도 높아…정치 계산보다 국익 앞서야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3-11-27 19:44:2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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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 해체를 처음 고민한 대통령은 박정희다. 1977년 청와대에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실무 기획단’을 구성했다. 그 해 7월 국회는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켰다. 그땐 ‘경국대전’이니 ‘관습헌법’ 따위니 하는 논란이 없었다. 500년 만의 천도(遷都) 프로젝트는 영화 ‘서울의 봄’ 배경이 되는 1979년 10·26 사태로 중단됐다.

23년간 잊혀졌던 박정희의 꿈은 2002년 소환된다. 대통령 후보 노무현이 공약하면서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0년대에 벌써 충청권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고 서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수도의 행정기능을 분리해 국토의 중심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당이 서울을 더 키우자고 한다. 김포를 흡수해 살을 더 찌우려 한다. 수도에 집중된 일자리·권력·자본을 분산하려 했던 박·노 전 대통령의 지향점과는 방향이 다르다. 국민의힘이 ‘메가서울’을 꺼낸 속내는 분명하다.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도권 표심을 흔들겠다는 이유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현재 비례대표를 뺀 국회의원 253석 중 수도권이 121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불과 17석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에도 수도권을 석권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권력 누수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레임덕을 차단하려면 ‘수도권 과반’이 필요한데 민심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여당은 급발진했다. 김포뿐만 아니라 구리·고양까지 서울에 편입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집값 상승이라는 욕망을 건드리자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의힘에서 과반이 넘는 영남 의원들조차 메가서울에 반발하지 않았다. 사석에선 “수도권 의석을 가져온다면 남는 장사”라는 솔직한 의원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때맞춰 수도권 재편으로 ‘판’을 키우려 한다. 인구 100만 명인 고양시와 김포·구리시가 참여하는 ‘서울시 편입 통합연구반’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민심은 여권 손을 들어줄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8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에선 응답자의 68%가 메가서울에 대해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선거용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7∼9일)에선 ‘김포 서울 편입’ 부정평가(55%)가 긍정평가(24%)를 한참 앞섰다. 정치성향이 ‘중도’인 응답자 중에서는 62%가 부정적이었다. ‘살찐 서울론’이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떴다방 정책”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균형발전은 문민정부 시절부터 이어진 시대정신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 개정 없이는 수도를 옮길 수 없다’고 결정하지 않았다면 대통령실과 국회는 벌써 ‘세종시대’를 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 공약도 ‘지방시대’다. “역대 정부 중 가장 화끈하게 부산을 밀어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저서 ‘부산과의 대화’에서 “역대 정부의 망국적 수도권 중심주의에 밀려 (부산이) 지방의 한 도시로 폄하됐다. 부산이 작아지면서 국토 균형발전은 실종되고 국가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여당은 서울 확장을 고집한다. 상호 모순된 주장이 충돌하는데 대통령실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여당이 비수도권 달래기용으로 내놓은 부산·광주 메가시티도 현실성이 낮다. 당장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풀기 어려운 난제다. 김포는 최대도시에 사실상 흡수되는 형태인 반면 부산과 경남은 각각 3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지역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지금껏 광역시·도 두 곳이 통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여론의 호응도 낮다. 부산·경남이 지난 5·6월 두 차례 여론 조사를 했더니 행정통합 찬성(35.6%)보다 반대(45.6%)가 많았다. 일본이 손쉬운 편입 대신 주요 도시를 네트워크로 묶어 생활권 거점 도시로 재편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다. 어느 쪽이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방시대를 여는 데 부합하는지는 자명하다. 그렇게 메가서울을 하고 싶다면 ‘메가PK’를 먼저 하는 게 순서다.

노 전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참모들은) 서울과 수도권 표를 잃을 위험이 높아서 선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손익 계산보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라고 판단해 추진했다는 것이다.

묻고 싶다. 여당 대표는 메가서울이 ‘균형발전을 위해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수도권 과밀화를 걱정하던 ‘울산시장 김기현’과 지금의 김기현은 다른가. 그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확장이 국가경쟁력 확대”라는 주장에 동의할까(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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