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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무인도는 죄가 없다

  • 강필희 기자 flute@kookje.co.kr
  •  |   입력 : 2023-11-30 19:40:4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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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긴 하지만 가끔 무인도가 부동산 매물로 나온다. 무인도 가치는 경작이나 축산용으로 개발 가능한지, 식수(지하수나 우물)가 있는지, 접안시설을 갖췄는지 등에 따라 다르다. 무엇보다 육지와 가까우면 가격이 높다. 몇달 전 경남의 회동도라는 무인도가 공매에 나왔다. 통영 바로 앞에 있는 3570㎡ 크기의 섬으로 감정가는 3250만 원이었다. 그런데 매수 희망자가 80명 가까이 몰리는 바람에 최종 낙찰가는 1억5000만 원으로 뛰었다. 감정가의 약 5배다. 무인도에 눈독 들이는 사람은 주로 낚시꾼들이라곤 하나, 한적한 섬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하다.

1950~60년대엔 무인도가 밀수 거점이었다. 밀수꾼들이 특정지점에 물건을 내려두면 인수자들이 가져가는 식인데 특공작전을 방불케 했다. 부산에선 서구 암남동 옛 혈청소(현 암남공원) 앞바다가 유명했다. 세관 직원들이 바위틈에 숨겨놓은 일제 파라솔, 나일론 양말, 보온밥통 등을 찾아내는 게 일이었다. 한때는 양귀비와 대마 재배가 경찰의 골칫거리였다. 아예 필로폰 생산설비를 차리는 제조책도 있었다. 무인도 하면 흔히 낭만을 떠올리지만 남의 눈을 피해 나쁜 짓을 하기에도 이만한 장소가 없다.

최근 낙동강 하구에 있는 무인도인 신자도의 기막힌 쓰임새가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전화번호 변작중계기를 이곳 갈대 숲에 숨겨 놓았다가 부산 경찰에 덜미가 잡힌 것이다.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번호를 일반 휴대전화 번호인 것처럼 010으로 바꿔주는 장치다. 보통은 자동차에 싣고 옮겨 다니거나 모텔 등에 설치하는데, 이들은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 그렇게 사회초년생, 노인, 주부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 끌어 모은 범죄 수익금은 150억 원이나 된다고 한다.

해양수산부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엔 총 2918개 무인도가 있다. 전체 섬(3348개)의 87%가 넘는다. 경상 권역에만 800개 가깝다. 신자도는 대마등 백합등 명그머리 진우도 장자도 등과 함께 낙동강 모래가 퇴적해 생긴 섬이다. 사하구 하단동이나 강서구 명지동에서 작은 목선으로 몇분 안에 닿을 만큼 육지와 가깝다. 상류에서 쓸려온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기본적으로 희귀 철새와 동식물의 낙원이다. 새하얀 모래밭에선 달랑게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방금 알을 낳은 쇠제비갈매기가 끼룩끼룩 울어댄다. 후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생명의 섬이 때로는 인간 탐욕으로 범죄 도구가 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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