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유지했다. 소비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4분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회복됨에 따라 우리 경제가 상반기에는 저조하지만 하반기에는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9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낮췄다. 올해 우리 경제가 선진국 평균(1.5%)을 밑도는 저성장에 빠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내년 경기 전망도 녹록지 않다. 한은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우리 경제 반등 폭이 당초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물가 둔하 속도도 예상보다 더 느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30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국내 경기는 수출·설비 투자 회복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모멘텀 악화로 지난 전망치(2.2%)를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낮췄다. 그나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2.1%에서 2.3%로 상향 조정하며 완만한 경기반등을 예고했다. 내년에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여러 기관이 내년 2%대 성장률을 예상하는 주된 근거는 반도체 업황 회복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16%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수출을 견인해 경기 회복을 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 개선에만 기댔다가는 내년 경기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자동차·철강 등 전략산업 전반에 걸친 수출 증대가 필요하다.
2%대 성장률 전망치는 내년에도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고물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가계·기업을 합친 민간부문 부채가 올해 5000조 원에 육박해 민간소비·설비투자 여력이 크게 떨어지고, 건설투자가 반짝 호황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30일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7연속 동결한 이유도 무리하게 금리를 높이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고 가계·기업 부채 부실 위험을 키울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0.2%포인트 높인 2.6%로 상향 조정했다. 고물가는 서민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 이처럼 물가상승이 경기침체와 맞물리면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국 경기 위축 등 국제 정세 또한 밝지 않다. 정부는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 등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구조 고도화에 힘써 경제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정부는 신설되는 대통령실의 정책실장실과 협력해 경제 정책을 밀도 있게 점검하며 민생을 살피는 데 힘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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