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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밤과 몽블랑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12-03 19:15:4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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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4807m로 유럽의 지붕, 알프스 최고봉으로 알려진 봉우리의 이름을 프랑스에서는 ’몽블랑‘, 이탈리아에서는 ’몬테비앙코‘라고 한다. 어차피 우리말로 해석하면 ‘하얀 산’. 산의 정상부가 만년설에 덮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따지고 보면 백두산도 같은 의미다.
‘와구리시라츠유’의 몽블랑.
암튼, 몽블랑이건 몬테비앙코건 이 명칭이 낯설지 않은 건 산도 산이지만 디저트 때문일 확률이 높다. 눈 덮인 봉우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디저트는 무려 15세기 이탈리아의 조리서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유명해진 건 끊임없는 전쟁과 혼인외교로 이탈리아의 디저트가 대거 프랑스로 건너가고, 절대왕정 시기의 프랑스에서 디저트가 화려하게 꽃을 피우면서부터다. 따라서 우리에겐 몬테비앙코 보다 몽블랑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누가 원조인지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이러는 동안 정작 몽블랑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정말 국가와 국민 모두가 몽블랑에 열광하는 나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몽블랑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이 이렇게 몽블랑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째, 몽블랑이라는 이름과 형태가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과 닮은 구석이 많다. 둘째, 몽블랑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재료가 밤이고, 밤은 일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열매이기 때문이다. 밤과 몽블랑에 대한 일본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그 최고봉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 있는 ‘와구리시라츠유(和栗白露)‘라는 디저트 전문점이다. 이곳의 몽블랑은 여느 몽블랑과는 차원 다른 맛이다. 원조임을 주장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에도 이정도 완성도를 가진 몽블랑이 있을까 싶다. 이유는 몽블랑의 핵심 재료인 밤 때문. 혹시, 밤이 왜 고구마 보다 귀하고 비싼 과실인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지? 바로 단맛과 향이 고구마와는 레벨이 다르기 때문이다.

와구리시라츠유에서 쓰는 밤은 이 가게 사장의 고향인 노토반도에 있는 ‘마츠오밤농장’의 밤을 사용한다. 이 농장이 좀 유별나다. 우선 당도 20브릭스에 이르는 밤을 생산한다. 그리고 그 밤을 영하 2℃에서 45일 간 숙성해 당도를 30브릭스까지 올린다. 왜 영하 2℃냐. 농장 측의 설명에 따르면 수확한 밤이 호흡을 하지 못하는 극한의 상황에 이르면 당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활성화 되면서 탄수화물을 당으로 바꾼다고 한다. 더 극한 상황인 영하 3℃에는 밤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아밀라아제의 활동 자체가 멈춰버리기 때문에 영하 2℃씨가 한계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겨울 시금치를 생각하시면 된다. 겨울 시금치의 뿌리는 당도가 15브릭스까지 올라간다. 아주 당도가 높은 귤이 13브릭스 정도니까 엄청 달다고 보시면 된다. 시금치기 이렇게까지 달 수 있는 것도 추운 겨울을 버티기 위해 탄수화물을 당으로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마츠오농장의 밤은 엄청 달 뿐만 아니라 향도 농축되어 있다. 그러니 와구리시라츠유에서 밤페이스트를 만들기 위해 설탕을 비롯한 부재료를 섞을 필요가 없다. 오로지 밤 본연의 단맛과 향을 살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그렇게 만든 밤페이스트에서는 정말 품격있는 단맛과 향이 느껴진다.

디저트를 좋아하시거나 궁극의 몽블랑이 궁금하신 분은 일본 가나자와시의 ‘와구리시라츠유’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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