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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주가연계증권 시비

  •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   입력 : 2023-12-03 19:11:2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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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자금 확보를 위해 사업을 벌이거나 투자를 하다 퇴직금을 전부 날렸다는 사례가 흔하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이들은 그나마 은행을 믿고 투자한다. 오랫동안 거래하던 은행 직원이 정기예금보다 이율이 높고 안전한 금융상품을 추천한다면 누구나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은행에 퇴직금이나 노후 생활자금을 예금하러 갔다가 이런 식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가입해 낭패를 봤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LS는 특정 주가나 주가지수와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1~3년 기간 만기가 설정되고 투자 수익은 특정 기준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LS가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금리 혜택을 주는 이 ELS는 2021년 초 불티나게 팔렸다. 당시 은행 1년 정기예금 금리는 1%대였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보통 만기가 도래할 때 H지수가 투자 당시의 65~70%는 돼야 수익 상환을 할 수 있다. 당시 H지수가 1만2000이었는데 많은 투자자가 중국이 망하지 않는 한 반토막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안심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H지수는 지난 1일 5761.73을 기록해 반토막 이상 쪼그라들었다.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품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가입했다는 불완전판매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11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국민 농협 하나 신한 SC제일 등 5개 은행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민원은 총 35건이다. 이 중 12건이 고령자가 접수한 민원이다. 은행들은 2021년 전후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되면서 상품 위험성을 고지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녹음과정에서 직원이 녹음된 상품설명 안내를 2배속으로 돌리면서 이 부분에 “네”라고 답하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품 안내가 완료되기 전에 투자금이 입금된 정황도 발견됐다고 한다.

5대 시중은행이 2021년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상품은 약 8조3000억 원으로 지수의 급격한 상승이 없다면 3조 원이 넘는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 과거 2015년 판매한 H지수 ELS도 줄줄이 원금 손실 상황에 도달해 논란이 됐다. 총 37조 원 규모 ELS 중 4조 원 규모가 손실 위기였다. 하지만 2018년 만기를 앞두고 H지수가 반등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그런 요행을 다시 바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LS는 복잡한 상품 구성 때문에 젊은층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불완전판매 조사와 손실보전과 함께 고령층을 위한 금융 교육이 시급하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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