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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총선 물갈이와 ‘흘러가는 물’

내년 선거 권력구도 재편, 미래 위한 인적 쇄신 절박

팬덤·과거 의존 퇴행 인물 걸러내야 정치혁신 희망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3-12-04 19:15:4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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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개월 뒤 현역 의원 중 상당수는 ‘죽을 사(死)’를 외치고 국회에서 밀려난다. 빈 자리는 새 인물이 채운다.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대한민국 권력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정치세력 판갈이는 흥미롭다.

현 정부 중간평가 성격의 내년 선거에서 여당이 국회 다수당이 된다면 소수 정권의 한계를 털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반면 야당 다수당이 재현될 경우 정권은 존립기반마저 흔들린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국민 피해만 가중된다는 논리로 집권당 우위 의석을 호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정권을 재탈환하겠다고 한다. 일부는 200석 이상의 ‘반윤석열 연대’를 형성해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가자는 강경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제각각인 여야 총선 셈법은 장기간 지속한 거대 양당체제의 기득권 지키기 싸움이나 다름없다. 서로 30%대 안팎의 고정 지지층을 두고 양당이 극한 대립에 치중하고 있다. 양당 주도의 낡은 정치구도를 깨겠다는 신당 논의도 활발하다. 선거철이면 제 3당 이야기가 관례처럼 거론되지만 이번에는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국민의힘 주류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을 창단해 “맞짱을 뜨겠다”고 한다. 현역 의원 20명 이상 참여하는 교섭단체 수준의 제 3당을 만들 수 있다는 결기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주당도 복잡하다. 최근 ‘이재명 체제’를 작심 비판하고 나선 이낙연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세력 규합이 진행 중이다.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으며,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 상당수가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소수 야당으로서 한계가 극명한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이 중심이 된 ‘세 번째 권력’은 원내 교섭단체 달성을 목표로 한 정당을 창당하겠다고 장담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새로운선택’과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희망’은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세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은 제 3지대 진보진영이 연대하는 ‘개혁연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 룰(선거법)이 정해지면 또 어떤 신당이 떠오를지 모른다.

정계개편 바람이 거세지만 거대 양당의 내부 권력 싸움에 따른 세력 분화와 의석 확보를 위한 기획성 신당이 많아 파괴력은 미지수다. 기성 정치 구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새 인물 등장에 더 관심을 두는 국민이 많은 이유다. 거대 양당 어디에도 마음을 두지 않는 30%가량의 무당층은 각 정치세력의 진정성 있는 개혁 방향을 지켜보고 있다.

정치권도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다며 ‘혁신과 물갈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청년과 여성 배려, 현역 공천 배제 비율 확대, 중진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 온갖 프레임이 난무한다. 거대 양당이든 제3세력이든 권력을 잡기 위한 맞춤형 전략을 펴고 있는 셈이다.

1700년대 교육·과학·언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미국 유명 정치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편지’란 책에서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했다. 과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뜻이다. 당연히 미래에 방점이 찍혔다. 물갈이가 필요한 기성 정치세력에는 안성맞춤인 메시지다. 그렇다고 단순히 나이나 국회의원 선수, 지역구도 등을 따지고 당내 역학관계를 고려한 인위적인 물갈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세대와 지역을 초월해 미래를 이끌어갈 연륜과 역량이 축적된 인물이 적지 않다.

젊지만 지지층만 바라보는 진영정치에만 충실하다면 새 인물이라 할 수 없다. 20세기 한때 변혁운동에 몸 담았던 것을 무기로 ‘나 때는 말이야’ 식으로 정치생명을 이어가겠다는 일부 인사 행태는 시대착오적이다. 지난날 권력을 마음껏 누리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국회 입성으로 명예회복하겠다는 부류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과거를 우려먹는 퇴행적인 인물뿐만 아니라 당내 실력자와 극성 지지층을 뒷배로 선수를 이어가려는 생계형 의원은 꼴볼견이다. 흘려보내야 할 물과 같은 존재다.

그들이 의회권력을 쥔다면 패거리 정치가 또다시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편가르기 병폐는 더 깊숙이 뿌리 내릴 게 뻔하다. 급변하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제대로 걸러내야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기는 것이 목적’인 선거에서 정치공학적 계산을 해야 하는 정당 스스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물갈이 개혁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국민이 직접 미래를 위한 인적 쇄신을 하는 것이 최상이다. 이도저도 싫지만 기성 정치구도 속에서도 옥석 가리기를 잘해 정치구도를 재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음 총선의 시대 과제일 수 있겠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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