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교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4일 내놓은 ‘교육활동 침해행위 피해 교원 전수조사’ 결과 한 학기(올 3월부터 7월까지) 중에만 교원 167명의 피해 사실이 확인됐다. 적지 않은 숫자다.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안이나 교원 본인이 신분 노출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현장에서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피해 사례도 많았다. 술에 취한 학부모가 수업 중인 교실에 난입해 소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학생이 교실에서 교사를 불법촬영한 사례도 있었다.
전수조사에서 유치원 교사 4명을 비롯해 초등 교사 98명, 중·고교 교사 60명, 특수학교 교사 5명이 교권침해 사례를 신고했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고 성범죄의 표적이 된 교원도 있었다. 한 학교에서는 학생이 담임교사를 10여 차례 발로 차는 등 폭행을 저질렀고, 또 다른 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사 지도를 듣지 않고 자살위협을 지속했다. 한 중학생은 1년간 두 명의 교사를 불법 촬영했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자기 자녀를 놀린 학생을 혼내주겠다는 이유로 교실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거나 상습적으로 교사들을 고소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기는 등 학부모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은 볼썽사납다. 이들 피해 교원은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호소했다. 시교육청은 도를 넘어선 교권침해 사건에는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위험 수위에 도달한 교권침해를 우려한 목소리가 높았다. 교사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분도 일어났다. 그 결과 지난 9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권보호 4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 교육활동 침해 학생 조치’ 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교육부도 “현장 교원이 교권 회복을 즉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통해 당장 교권침해가 사라지고 학교가 안정을 찾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이 통과됐다고는 하나, 그 효과를 실감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치열한 입시제도에 따른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무분별한 민원제기 등이 쉽게 없어질 가능성은 적다. 교권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시교육청이 이번에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교육활동 침해행위 피해 조사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숨어 있는 피해 교원도 찾아 지원하고 안전한 환경 속에서 모두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서로 존중하는 밝고 건강한 교육공동체 회복은 우리 사회 절실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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