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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의 세상현미경] 인구문제에 대처하는 근원적 방법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  |   입력 : 2023-12-14 19:39:1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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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러다 나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2년 0.78에서 올해 2분기 0.7로 주저앉았다. MZ세대에게 닥친 경제상황이 이걸 만들어 냈다. 한국 기업이 해외생산을 늘리며 국내투자를 줄인 것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의 해외탈출은 2000년대 시작돼 2010년 이후 본격화됐다. 2000년대 초 5% 미만이던 해외생산 비중은 2010년 전체 매출의 14.4%에 이르고, 2016년에는 18.8%에 이른다(연합뉴스). MZ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던 100대 기업의 해외생산은 더 가파르게 진행됐다. 2017년 이들 기업 매출의 48.6%가 해외공장에서 발생했다. 2021년에는 51.2%로 늘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생산됐다(전경련). 당연히 국내의 질 좋은 일자리가 대폭 줄었다. 합계출산율이 1983년 2.06에서 2010년 1.23으로 2022년에는 0.78로 추락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해외생산을 늘린 이유는 한국 기업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먹고 살아서다. 한국은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가성비 전략으로 생존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중국이 이 전략을 따라 하면서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붕괴됐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한때 전체 수출의 25%를 넘었으며 큰 흑자를 안겨줬지만 2022년에는 22.8%로 줄었고 그 해 5월 대중국 무역수지가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 경기가 나빠진 탓도 있지만 중국이 한국만큼 질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만들면서다.

기업이 해외생산을 늘리자 채용방식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대기업은 그동안의 대규모 공개채용 방식을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다 보니 한국에서 많은 인력을 뽑을 필요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뽑는 인원이 줄어들자 일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대졸자 채용보다 경력자를 선호하게 됐다. 그러자 MZ세대의 취업시장 문이 빠르게 닫혔다. 이것을 방치한 결과가 지금의 유례 없는 출산율 저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시간은 걸리겠지만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국내에 정착시키는 것이 근원적 조치다. 다행히도 반도체 산업에서 새살이 돋고 있다. 저가 메모리 반도체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5,6배 가격에 팔 수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이 개발돼 생산에 돌입했고, 시스템반도체 산업으로의 진입도 이뤄졌다. 조선업도 싸구려 벌크선이 아닌 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제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기차용 이차배터리는 세계 최고의 실력에 도달했다. 희한하게도 무기산업도 꽃 필 조짐이 보인다. 관련한 협력업체도 성장이 빨라지고 있어 MZ세대의 취업 한파도 빠르게 누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언급하자면, 로봇산업을 빨리 성장 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이 산업은 인구문제와 직결돼 있어서다. 인구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지만 줄어드는 인구를 보완할 방책도 필요하다. 인구문제는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한국 기업에게 시련을 줄 것이다. 이 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세다. 그만큼 로봇수요는 폭발할 것이다. 서비스 산업에서도 이 압력이 퍼지고 있다. 분식집에서 기계가 김밥을 말고 자르기 시작했고, 커피점에서는 저렴해진 로봇이 커피를 타고 있다. 제조현장에서는 고급로봇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한국이 로봇산업의 중추국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무기산업도 그렇게 시작됐다. 한국은 국가 방어에 목마름이 심했다. 이것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 재래식 무기생산의 글로벌 강국이 되었다. 로봇산업도 유사할 수 있다.

하지만 염려가 있다. 과거 드론산업처럼 미적거리다 로봇산업을 중국에 홀랑 바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한국은 드론 제작기술의 모든 것을 가진 막강한 국가였다. 하지만 정부는 안되는 이유만 붙여 드론산업을 패퇴시켰다. 로봇산업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는 해괴한 논리가 이런 사단을 만들 수 있다. 이건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인구문제가 해결되려면 MZ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 로봇과 같은 첨단 일자리는 해외로 나가기 어렵다. 부가가치 높은 성장기 산업이고 제작 생태계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걸 알자. 이 일자리는 애당초 외국인용이었다. 이젠 식당마저도 외국인 없이 운영하기 어렵게 됐다. 로봇산업이 성장하면 이런 일들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이것의 생산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고급 일을 MZ세대가 하도록 해야 한다. 로봇화는 생산현장의 어려운 일을 쉽게 만들어 퇴직 인력이 담당할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여 미적거리면 중국 로봇이 한국을 점령할 수 있다.

새로운 반도체, 신조선, 이차전지, 무기산업이 협력하고 로봇산업이 가세하면 한국의 가성비 산업은 자연스럽게 초일류 산업으로 대체된다. 그만큼 고임금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것이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근원적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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