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는 북쪽으로 진주시, 서쪽으로 하동군, 동쪽으로는 고성군과 접한 사통팔달 도시로 유명하다. 1995년 5월 종전의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해 사천시로 이름이 변경됐다.
정부에서 두 곳을 묶을 당시 ‘삼천포 사람들’의 상실감은 엄청났다. 졸지에 태어난 ‘내 고향 이름’이 사라지면서 마음 한 구석이 왠지 텅 빈 것처럼 찜찜했던 게다. 통합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1990년 초반 삼천포시 인구(1990년 통계청 인구총조사 기준 6만2813명)가 사천군(5만3093명)보다 1만 명가량 많았다. 지방자치제가 발달한 현 시점에서 보자면 주민투표를 통해 삼천포시로 지명이 바뀌었을 법하다. 다 지나간 일이다.
이후 사천공항과 삼천포항을 중심으로 경남도에서 유일하게 하늘과 바닷길을 아우르는 물류도시로 거듭났다. 하지만 여느 지역처럼 인구 감소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당면 과제다.
통합 출범 때 12만2830명으로 집계된 사천시 인구는 2000년 11만9326명, 2010년 11만4148명, 2020년 11만1105명 등으로 줄었다. 지난달 11월에는 10만9008명으로 떨어졌다. 인구 10만 명대 붕괴는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2011년 이후에는 신생아 울음소리도 끊겼다.
사천시에서는 단 한 곳 뿐이던 청아여성의원 분만실이 2011년 폐쇄되면서 경남도 8개 시 단위 지자체 중 유일하게 분만 산부인과가 없는 도시가 됐다. 임신부들은 ‘강제 원정 출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천시에는 해마다 500명 가까운(지난해 475명) 아기가 태어난다.
지난 9일 사천시에서 신생아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 화제다. 경남도가 의료취약지 거점병원으로 지정한 청아여성의원이 분만실 운영을 재개한 뒤 20대 산모의 셋째 여아(3.16kg)가 제왕절개수술로 태어난 것이다. 무려 12년 만에 사천시에서 아기 출산이 이뤄진 이 ‘사건성 경사’에 박동식 사천시장을 비롯해 시의원, 의사회, 약사회, 농·수협 조합장 등 유력인사들이 총출동했다. 귀하고 건강한 아기 탄생을 자축하면서 각 단체에서 쏟아진 출산용품 등을 전달하는 행사도 대대적으로 열렸다.
사천시는 이를 계기로 출산환경 구축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24시간 운영이 필수인 분만실의 산부인과 전문의도 “돈보다는 사명감 때문에” 인근 도시에서 옮겨왔다고 한다. 서부경남의 교통요충지 사천시의 아기 출산이 큰 화제가 되는 세상이 씁쓸하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