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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투표 용지는 민심의 과녁이다

오는 4월 총선 대하는 국민 눈높이 달라졌다

거대 양당과 후보자들, 거창한 공약 제시 앞서 기득권 포기 경쟁하라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1-01 19:07:42
  •  |   본지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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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해다. 오는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는 용의 해다.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이 주인공이다. 저마다 용꿈을 꿨다며 표밭갈이에 나선 후보자들 움직임이 분주하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법 24조에 규정된 이 선서를 하고자 총성 없는 전장에 나선 것이다.

‘날 좀 봐주세요’라며 온몸을 불사르듯 하는 그들이지만, 선뜻 눈길을 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국회 다수를 점한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21대 국회의원 모습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말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서도 싸움박질에 이골이 난 의원님들이 무슨 염치로 또 표를 달라고 하느냐’며 고개를 돌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혁신이, 세대교체가 화두이나 이마저도 총선 때마다 이뤄진 물갈이의 결과이니 마뜩잖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현대 대의민주주의 국가의 통치질서를 형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제도이자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하는 기본 수단이다. 한 표도 허투루 할 수 없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 아닌가. 국회의원이 만드는 법률 하나하나, 국회의원이 심의 의결한 예산이 곧 국민 삶이자 대한민국이다. 욕하면서도 선거 과정과 결과와 국회의원 활동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까닭이다. 후보자 면면은 낱낱이 뜯어봐야겠으나 이런 구도를 만든 거대 양당이 큰 책임을 져야 함은 분명하다.

시계를 4년 전으로 돌려보자. 코로나19사태라는 긴 터널 속에서 치러진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 압승,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참패로 귀결됐다. 다 아는 사실이다. 이보다 먼저 짚어야 할 건 처음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투표 연령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이다. 고교생 15만 명을 포함해 50만 명이 새로 유권자로 편입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으로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었다. 선거연령 낮추기엔 이같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2020년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같은 해 1월 14일 개정·공포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1948년 헌법 제정과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의석 배분이 이뤄졌다. 비례의석 47석 가운데 30석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배분 방식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병립형 비례대표제 의석배분 방식을 적용했다. 낮은 정치적 대표성과 비례성, 그리고 높은 사표율 개선이 목적이었다. 거대 양당 비례의석 감소에 따른 총의석수 축소, 군소정당 증가와 의석비율 증가를 기대했다. 결과는 위성정당 출현에 따른 거대 양당 의석 독점 강화다.

그 이후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탄생했다. 24만7077표, 0.73%포인트라는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격차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됐다. 선거를 하는 국민은 그대로임에도 총선과 대선 표심이 달랐다. 4월 총선에선 어떻게 흘러갈지 미지수다. 거대 양당이 표를 구하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결과를 사과하고 국민이 납득할 대안을 내놓는 것이 순서다. 이런 선거제 협상은 물론 선거구 획정까지 지지부진하다. 이 시급한 상황에서 유불리 주판알만 튕기고 있으니 하는 이야기다. 국민 모독 그 자체인 기득권 카르텔이다.

후보자가 명심해야 할 사안도 있다. 불체포특권이나 면책특권으로 상징되는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적 요구다.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의 의무, 청렴의 의무, 지위와 특권 남용 금지, 그리고 국민 대표자로서 품위와 헌법 질서를 지켜야 할 의무 등 헌법과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의원 의무를 곱씹으며 특권의 유혹을 떨쳐야 한다. 오죽하면 시민이 국회를 에워싸며 국회의원은 186개에 달하는 특권을 내려놓으라고 목청껏 외치겠는가.

국회의원 특권 포기는 헌법 개정이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불체포특권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그 그늘에 숨었다. 이제 국민 눈높이가 달라졌다. 수당 월 1300만 원, 야근 식대비 월 779만 원, 설 추석 명절 휴가비 820만 원, 월 110만원 차량 유류비 등이 모두 국민 세금이다. 물론 의정 활동에 꼭 필요한 사안도 있지만 구속된 의원에게 매달 수당을 지급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걷어내야 할 거품이 많다. ‘가성비 제로 국회의원’ 오명은 스스로 떨쳐버려야 한다. 거창한 선거 공약보다 이를 실천하려는 자세가 중요한 때가 됐다. 국민 눈이 그만큼 밝아졌다. 투표 용지는 기득권을 심판하는 과녁임을 알아야 한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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