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환경위기 저출산 등 문제,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어

정치 뒤편의 불편한 진실, 해결 고민하는 이 나와야

김종희 문화공간 빈빈 대표

  • 김종희 문화공간 빈빈 대표
  •  |   입력 : 2024-01-10 19:39:14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간의 인식을 앞서가는 시간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해집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왔지만, 미래로부터 날아오는 언어에 지도를 그리며 걸어갑니다. 기대어 융기된 산처럼 서로에게 기대고 비추어가며 한 시대를 뜨겁게 건너는 중입니다.

총선이 있는 해입니다. 그래서인지 무지개 빛깔 구호를 담은 현수막이 벽두의 길에 유독 요동치듯 들립니다. 바람에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말의 군무를 듣습니다. 정쟁에 뿌리박힌 말이란 언제나 허공에 흩어지는 바람일 뿐입니다. 말은 낱말의 무덤을 나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심미관에 버무려 타인에게로 건너갑니다. 그런 까닭으로 유사한 말을 사용하는 사람끼리의 결속은 상상 이상입니다. 유사성 안에서 결구된 말들이 걸어온 길을 봅니다. 말이 덩어리로 뭉쳐지면 이 산 저 산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불덩이가 됩니다. 어느 순간 펄펄 끓는 용광로였다가 또 어느 순간엔 얼어버리기도 합니다. 잠자코 듣고 있으면 집단 지성은 그들끼리의 유사성 안에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결국 연줄에 달린 연처럼 달랑거리는 뉘앙스만 남긴 채 흩어집니다. 불편한 진실들은 늘 겉돌기만 합니다. 언젠가는 닥쳐올 문제들은 결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바퀴와 바큇살처럼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위기 저출산 청년위기 주택문제 등 복잡한 문제들은 서로 엮여 있습니다. 그러니 다각적으로 들여다보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어떤 징후가 보이면 곧 큰일이 일어남을 비유하는 ‘이상견빙지(履霜堅氷至)’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다가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인구 절벽은 어느 날 갑자기 고개 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교육을 비롯한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직접적 원인이라는 전문가 진단은 ‘비롯한’이라는 모호함의 함정을 품고 있습니다. 모호함 속에는 무엇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집요함이 없습니다. 수년째 그 모호함에 갇힌 정치 언어를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아는데 모르는 것인지, 진짜 모르는 것인지 지켜보는 우리도 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집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집이 없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배고파야 나오는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치열하게 살아온 노년이 불안한 만큼 청년들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을, 바다로 향해 열려있는 해양 한국이 정작 바다를 모른다는 것을, 치솟는 월세 속 불안정한 삶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현재 말입니다.

기후 생태 위기는 곧 지구 생명체의 위기잖아요. 이젠 예견된 미래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행동이 정말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바다로 열려있는 해양 국가입니다. 해양의 미묘한 변화는 장차 엄청난 위기로 닥쳐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대상으로서의 바다가 아니라 치열한 삶의 바다에 대한 공부가 우리의 미래 언어가 될 것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의 뿌리는 깊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복잡한 듯해도 섬세하게 풀어보면 그 가닥이 잡힌다는 것입니다. 바큇살이 하나라도 부러진 바퀴는 결국 제구실을 못 합니다. 저출산은 나라의 존속에 대한 위기입니다. 출산과 양육, 육아와 돌봄의 문제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문제입니다. 문제 제기와 진단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정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실행은 요원합니다. 정쟁의 딜레마 속에 한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정치 뒷면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그림은 어떤가요? 결혼으로 출발하는 청년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은 20년까지 보장해 주는 것을요. 정부와 기업이 같이 열어가는 공공주택의 보급으로 주거의 안정을 열어가는 것입니다. 주거가 안정되면 삶의 질도 향상됩니다. 안정된 주거와 더불어 육아와 돌봄 또한 지역사회 공동시스템으로 가는 것이지요.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삶의 경험이 풍부한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을 양육과 돌봄 시스템에 활용한다면요. 그것이 노년 일자리로 연계된다면요. 베이비붐 세대는 다양한 전공의 고학력자입니다. 전공 영역과 일상의 경험이 농축된 세계를 육아와 돌봄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것이지요. 예술 아닌 삶이 어디 있나요. 첨단과학의 시작도 이야기였고 호기심이었잖아요. 음악과 그림 식물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 예술 경험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미래를 한번 상상해 보면요. 기계적 돌봄이 아니라 예술경험 속에 성장하는 미래, 즐겁지 않나요. 노년에게는 치열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가치 발견을, 청년들에게는 나이 듦이 주는 불안함을 덜어내는 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미래 언어를 열어가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지켜보려고요. 섬세하게 미래 언어를 고민하고 제시하는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불편한 진실 너머에 있는 언어로 미래를 고민하는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모호함을 벗어던지고 집요함으로 고민하는 그런 사람이 또 누구인지를요.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3. 3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4. 4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5. 5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6. 6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7. 7“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8. 8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9. 9[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10. 10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1. 1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2. 2조현, 한미관계 난기류 우려에 “벨트 단단히 매면 돼”
  3. 3민주 “조희대 국정조사 실시”…국힘 “탄핵보다 더 비열”
  4. 4국힘 “공소취소 특검 전에 3+1 조작 특검 국조부터”
  5. 5국감 출석 거부한 지광(국제신문 대주주)에 국회 ‘동행명령’(종합)
  6. 6시설공단 이사장 후보 자진사퇴…田 인사 첫 낙마
  7. 7"농지조사 송 장관이 제안" 이 대통령에 野 "불리해지니 장관 탓"
  8. 8중수청장 “한동훈 딸 의혹 규명 필요”(종합)
  9. 9김정호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 동행명령장 거부시 고발조치"
  10. 10김지용 중수청장, 또다시 국무회의 참석
  1. 1“르노 부산, 글로벌 개발·생산거점” 쐐기
  2. 2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 무상 교체 방침(종합)
  3. 3부산국제금융진흥원장 최병호
  4. 4강연 통역하고 요금 모니터링…관광·마이스산업 AI 바람
  5. 5내년 상반기 재가동…한빛 등 7기도 연장 속도(종합)
  6. 6부산시 벤처펀드 받은 유망기업 ‘쑥쑥’…IPO 도전
  7. 7“임기내 부산 1호 유니콘기업, 기업공개 2건 목표”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27일
  9. 9부산경실련 “산은 이전 없다는 금융위원장 발언 유감”
  10. 10애플, 아이폰듀오 화면 결함 인정…무상교체 방침
  1. 1부산시 “북항에 5만 석 돔 아레나” 유치의향서 제출
  2. 2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고수하던 4개 구·군, 결국 폐지
  3. 3주민이 낸 감사청구서, 피감부서로 떠넘긴 부산시
  4. 4이태원 악몽 겪고도…서면 ‘만취길’ 대응 탁상공론
  5. 5영도 중리해변 알박기 텐트, 1개 더 늘었다
  6. 6[눈높이 사설] 부캉이가 알려준 부산관광의 새로운 가능성
  7. 7동부산 시민 만난 전재수 “산은 유치·동남투자공사 동시 추진”
  8. 8“국제신문 회생 더이상 미룰 수 없어”…전재수 시장, 지광에 공식서한 보내
  9. 9법원 “부하직원 횡령, 감독 안 한 상급자 견책 정당”
  10. 10[한 손 뉴스] 변호사 업무 재개한 홍준표, 대선 경선 관계자 변호 맡아(종합)
  1. 1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2. 2‘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3. 3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4. 4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5. 5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6. 6올해 딱 한 번 지고 66번 이겼다
  7. 7차준환 계보 잇는 피겨 왕자 서민규
  8. 8똑똑한 ‘데이터 야구’와 수비 강화…개혁의 칼 뽑은 롯데
  9. 9[뭐라노] 데이터 기반 똑똑한 야구·수비강화…롯데의 ‘새판 짜기’
  10. 10[뭐라노] 아직도 '그들만의 체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진짜 질문의 시작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캉이에게 부끄러운 북항 재개발 민낯
부산 관광, 마냥 좋기만 할까
기고 [전체보기]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도청도설 [전체보기]
어떤 ‘최장수’ 기록
프랑스를 망친 결정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회 동행명령 외면한 지광스님, 법적 책임 물어야
북항 돔 아레나 유치전, 사업 타당성이 성패 가른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한국 경제 떠받치는 중장년, 이제 다시 봐야
AI 시대, 평가의 진정성을 묻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