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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딸기 도둑

  • 강춘진 기자 choonjin@kookje.co.kr
  •  |   입력 : 2024-01-16 18:44:1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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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딸기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치료의 효능으로 인기가 높았다. 중세시대 연금술사들은 만병통치약으로 여겼다. 13세기 이전까지 야생 또는 숲 딸기밖에 없었으니 귀한 과채류였다. 사람들이 직접 재배하면서 야생종보다 알이 굵은 다양한 품종이 개발됐다. 프랑스 루이 14세 정원사였던 장 드라 캥티니는 베르사유 궁 정원 온실에서 딸기를 재배했다.

15세기 신대륙(아메리카) 탐험가들이 캐나다에서 들여온 신품종 버지니아 딸기나무가 유럽에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재배와 보급이 이뤄졌다. 현재와 유사한 딸기 재배는 17세기부터 시작됐다. 유럽에서 3월 출하되는 딸기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것들이며, 프랑스의 딸기 제철은 5월과 6월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반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뒤 1970년대까지 대부분 노지에서 재배됐다. 봄에 자라 6월 전후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름을 앞둔 시기가 제철이었다. 1980년대 비닐하우스 농가가 급증하면서 딸기는 대량생산 길이 열렸다. 비닐하우스에서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을 조절해 상품성 높은 딸기를 쉽게 재배할 수 있었다. 11월 말부터 3월까지 유통시키는 출하 시기 조정도 가능했다. 겨울에는 경쟁 과일이 없어 판매에 유리하다. 초여름을 버리고 겨울로 ‘제철 갈이’를 한 셈이다.

최근 경북 청도군에서는 군수가 재배 농가를 직접 방문해 ‘청도 딸기’의 뛰어난 맛과 향기를 알리는 등 새해 들어 전국적으로 딸기 출하가 한창이다. 한국농어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딸기 출하량은 전년 대비 4% 정도 줄었다. 가격도 평년 대비 40%가량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의 ‘김해 딸기’가 대량으로 출하 직전 사라졌다고 하니 묘하다.

경찰은 김해시 한림면 시산리 농가 8곳 시설하우스 11동(6600㎡)에서 딸기 도난사고가 발생해 수사에 나섰다. 이 일대에서는 지난 1일부터 열흘 사이 딸기 1900㎏ 이 감쪽 같이 없어졌다. 누군가가 밤에 몰래 열쇠가 없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익은 딸기를 가져간 것이다. 그것도 가장 비싼 25g 이상 ‘특상급’만 챙겼다. 비닐하우스 주변에는 폐쇄회로(CC) TV가 없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김해시장은 현장 점검에 나서 CCTV 설치를 검토하겠고 약속했다. ‘본 놈이 도둑질한다’고 했다. 농가 사정과 시세를 너무나 잘 아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딸기 도둑’이다. 반드시 잡아서 본때를 보여줘야 하겠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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