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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욕하면서 따라 하는 공천은 공멸이다

여야 선수 선발 경쟁 나서…‘납득할 결과 내놔야 한다’ 국민적 요구 갈수록 거세

윤 대통령과 이 대표 함께 혁신의 선두 나서야 할 일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1-22 19:09:51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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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총선 영입 인사인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총선 영입인사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욕하면서 따라 한다더니 딱 그 모양새다. 4·10 총선을 앞둔 우리 정치판이 그렇다. 여야는 선거제와 선거구 확정을 미뤄놓은 채 ‘선수’를 선발하겠다며 공천관리위원회를 가동했다. 선거 때마다 그렇게 찾아나서는 국민이지만, 정작 국민보다는 당의 유불리가 먼저다. 가당찮다.

공천을 두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으로,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참여공천으로 공천 혁신을 다짐하고 있다. 혁신이란 게 가죽을 벗겨내고 새로운 틀을 갖추겠다는 의지인데, 공천 학살이니 자객 공천이니 하는 불만이 당 안에서 터져나온다. 물갈이를 정치개혁의 디딤돌로 삼으려 하나 물갈이 대상이 오히려 공천 전횡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 국민의힘에선 구원투수로 나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리더십을 두고 대통령실이 태클을 걸었다. 더 가당찮다.

거대 양당에 더해 제3지대 움직임이 만만찮다. 적대적 공생에 기반한 양당이 빚은 정치 양극화의 산물이다. 공천을 통과한 선수들이 선량(選良)으로 거듭나는 선거일은 8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의 주인공은 선수가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이다. 국민의 심부름꾼이 되고자 이 한 몸 희생하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는 선수를 본 적이 있는가. 가당찮고, 더 가당찮은 선거판에서 주인 역할이 필요한 이유다.

납득할 만한 공천 결과를 내놓으라는 국민 요구는 그래서 온당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17일 발표한 현역 국회의원 공천 배제 및 검증 촉구 명단이 예다. 경실련은 대표발의 건수, 사회적 물의, 의정활동 기간 부동산 과다 매입, 불성실한 의정활동이 의심되는 상장주식 과다 보유, 반개혁 입법 등 8개 검증 기준에 맞춰 현역 의원 34명 공천 배제와 72명 철저 검증을 주장했다. 짐작대로 이를 두고 당 차원의 쓰다 달다 말이 없었다. 여야 대표는 이기는 공천과 공정한 공천을 강조했을 뿐이다. 공천 과정에서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님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경실련이 부동산을 과다 매입했다며 공천 배제 명단에 넣은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눈에 띄었다. 이 의원은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편향된 잣대라며 정면 반박했다. 이 의원을 콕 짚은 건 그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이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현장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당시 이 의원에게 관심이 쏠렸다.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이다. 강원도에서 재선한 그는 ‘친윤의 막후 조정자이자 용산 대통령실 가교’로 통한다. 그야말로 찐윤이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공천 룰을 공개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 제도를 도입해 밀실·담합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 눈높이와 민생, 지역 일꾼 우선이라는 그의 공천 3원칙을 주목한다. 밀실·담합 공천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용핵관(대통령실 핵심 참모 출신)이나 검핵관(검찰 출신)의 낙하산 공천 여부가 핵심이다. 지역 일꾼을 어떻게 가려내겠는가. 당무감사 결과 30%, 컷오프(공천 배제) 조사 40%, 기여도 20%, 면접 10%로 계산한 교체지수를 유리알처럼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이 의원이 정 위원장을 비롯해 모두 10명인 공관위원 가운데 합당한 역할을 해야지 윤심을 위해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선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 몰아쳤다. 한 위원장마저 부정하려는 윤심 움직임이다.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는 사태가 22일 빚어졌다.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와 공천 잡음이 고리다. 한 위원장으로선 홀로서기의 고비다. 윤 대통령으로선 정치력의 시험대다. 2016년 4·13 총선 승패를 가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갈등이 반면교사다. 당시 김무성 대표 옥새 파동의 결과는 박근혜 정권 심판이자 새누리당 참패였다. 민심과 다른 방향으로 간 박심(박근혜 의중) 타령이 패인이었다.

공천은 양날의 칼이다. 국민을 무섭게 여긴다면 공정과 쇄신으로 낡은 정치 교체에 기여하겠지만 윤심에 의지한다면 역대급 공천 갈등과 공멸을 초래할지 모른다. 이 의원 역할이, 정 위원장 역할이, 한 위원장 역할이 중요하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혁신의 첫 번째 대상자라는 각오가 필요한 까닭은 이렇게 많다. 윤 대통령은 부인 김 여사에 앞서, 국회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욕심에 앞서 “국민이 무조건 옳다”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다. 혁신과 통합을 위한 공천을 내세우는 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표는 깨끗한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 젊은 민주당을 강조하지만 이미 분열의 과정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을 욕하면서 따라가선 안 된다. 민심의 바다가 그렇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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