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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경제 항산항심] 민주당의 소탐대실?

남종석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

  • 남종석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
  •  |   입력 : 2024-01-29 19:19:2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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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지난해 정부와 여당은 2030엑스포 유치 노력이 처참하게 돌아간 이후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 공약이던 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더 강하게 추진했다. 산업은행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은행법에서 본사의 소재를 밝힌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현재는 본사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만 추진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후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밀어붙이는 배경에 부산 및 동남권에서 여당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정략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여지가 분명히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당이 추진하는 사업에 들러리 섬으로써 부산에서 여당 지지율을 높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산업은행 본사 부산 이전 추진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의 부정적 태도가 지속되는 이유 가운데 산업은행 노조의 이전 반대 정서도 작용할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가 소속된 금융노조는 조직원 10만 명이 넘는 한국노총 소속 대표적인 산별 노조다. 총선을 앞둔 마당에 수도권 표와 금융노조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 자체 설문조사에서 98.5%가 이전에 반대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조가 발주한 용역에서 한국재무학회는 산업은행 이전의 경제적 규모를 추정했다. 부산 이전으로 향후 10년간 산업은행은 7조 원의 손실이 추정된다고 용역 결과는 전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 이유다. 산업은행의 이전으로 기존 고객과 거래가 중단되고, 순이익 감소로 정책자금 집행이 제약되며, 수도권의 우수한 자원이 이탈함으로써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심지어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정책자금 집행이 어려워져 기업 구조조정이 방해되며 이로 인해 기업도산도 가능하다고 한다. 산업은행의 이전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는 주장이다.

산업은행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기존 고객이 상실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 금융거래는 지리적 근접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부산에 있다고 하여 산업은행의 주 거래 대상인 중소기업들이 정책금융 혜택을 부정할 이유도 없다. 정책자금 집행이 어려워져 구조조정이 지체된다는 주장은 더 우스꽝스럽다. 지방 이전으로 수도권 인재들이 이탈해서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주장을 각 지역에 거점을 둔 은행들이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의문이다. 필자는 언론 기사를 읽고 특정 학문 분야를 대표하는 학회가 실제로 이런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냈는지가 궁금해진다.

산업은행 노조가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어떤 기관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기관 이전이 결정된 이후 직원들의 반대로 이전이 백지화된 사례는 없다. 만약 직원의 여론을 주된 근거로 삼는다면 공공기관 이전은커녕 비수도권에 이전된 기관들조차 모두 서울로 다시 올라갈 것이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국가 사회적 비용이 이전으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을 압도하기 때문에 공공기관 비수도권 이전이 결정된 것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선택이 실망스러운 것은, 여야가 모두 인정하는 국가적 어젠다에 대해 특정 시점의 선거의 유불리만으로 찬반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촉진할 문제이지 반대할 사안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정책(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라도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야당이 동참하는 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민주당 지지율이 정체된 것에는 정쟁만을 일삼는 모습으로 인해 정부·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여론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필자는 야당 대표가 ‘폼나게 지면 뭐하나’라는 한심한 말로 표 까먹지 말고 ‘져도 좋으니 제대로 된 길을 가자’고 해서 유권자의 표심을 얻길 바란다. 민주당의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동참은 지면서 이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소탐대실 하지 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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