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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골디락스 전략

  •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   입력 : 2024-02-04 19:52:2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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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의 한 장면. 숲 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 골디락스는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을 발견한다. 식탁에는 세 가지 온도의 수프가 놓여 있다. 주인공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골라 배를 채운다. 경제학에선 고성장기에도 물가가 안정된 이상적인 상태를 ‘골디락스’(goldilocks)라 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004년 인플레이션 없이 9%대 성장을 한 중국을 “골디락스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면서 널리 쓰이고 있다.

천문학에선 생명체가 살기 적당한 우주 공간을 ‘골디락스 존’으로 부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15년 한국 경제를 ‘느리게 가는 자전거’에 비유하며 골디락스 존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융복합 시대를 헤쳐가려면 체질을 개선해 신성장동력을 찾으라는 의미였다. 맥킨지의 지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골디락스는 요즘 미국 경제를 평가할 때 자주 등장한다. 성장률이 예상을 웃도는데도 물가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미국 경제는 ‘골디락스’ 상황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좋다”고 적기도 했다.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빨리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의 중동 전략 역시 위기를 적당한 온도로 관리하는 골디락스에 가깝다. 친이란 민병대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사망하자 미국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 시설’ 85개를 30분간 타격했다. 외신들은 “보복 공격은 분명히 계산된 선택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인명 피해를 확인하고서도 5일 이상 보복을 미뤘다. 이란이 민병대 기지에서 인력을 철수하게 함으로써 더 큰 갈등을 피하려는 골디락스 접근법이었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중동에서 더 큰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반면 남북관계는 일촉즉발이다. 북한은 지난 2일에도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을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평화가 들어서야 할 자리에 시한폭탄을 투척한 것이다. 이런 냉전 상태에선 작은 불씨만 일어도 전면전을 포함한 열전(熱戰)으로 치달을 수 있다. 외교적 노력과 정세 관리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골디락스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노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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