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디플레이션이 깊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놓인 것과 달리 물가가 떨어지는 고통을 받고 있다. 2023년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 2.1%였지만 6월에는 0%에 이르렀고 7월에는 마이너스 0.3%, 11월에는 마이너스 0.5%로 떨어졌다. 2024년 1월에는 마이너스 0.8%로 급속히 떨어졌다. 생산자물가지수도 떨어지고 있다. 2022년 10월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1.3%를 보인 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올해 1월에는 2.5% 하락했다. 원인은 공급 과잉과 소비 부족이다.
물가가 떨어지면 소비자는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기업으로서는 재고가 쌓이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이윤을 낼 수 없고, 이자 내기도 어려워져 결국 파산하게 된다. 기업이 사라지면 일자리도 없어져 경제는 나락으로 빠져 든다.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근본적 원인인 미국과의 갈등 해결이 쉽지 않아서다.
그러자 중국이 새로운 방법을 택하고 나섰다. 다른 나라의 시장을 초토화시키는 전략이다. 최근 한국에는 알리 테무 쉬인이라는 중국 업체들이 압도적으로 싼 가격을 무기로 한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한국의 쿠팡에서 8000원 정도의 물건이 알리에서는 1000원에 구입할 수도 있다. 물론, 품질이 매우 떨어지거나 짝퉁 물건도 있지만 평균해서 보면 쿠팡의 60~70%면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들이 위협받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이커머스의 점유율은 쿠팡과 네이버가 전체 시장의 24.5%와 23.3%를 차지해 선두를 형성했고 그 뒤로 G마켓과 11번가가 10.1%와 7.0%로 따르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 그런데 2023년 12월 중국의 알리가 무섭게 G마켓과 11번가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조만간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이들을 제치고 쿠팡과 네이버의 뒤를 바짝 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과잉 공급에 돌입한 이차전지와 전기자동차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과잉 공급은 해소하기 힘든 수준이다. 2023년 10월 기준 중국 배터리 생산능력은 1500기가와트시(GWh)로 중국의 연간 배터리 수요량인 636기가와트시의 배가 넘는다(CRU그룹). 당연히 중국 배터리의 밀어내기 수출이 성행하고 있다. 가장 고통받는 곳이 유럽이다. 또한 중국에는 놀랍게도 200개가 넘는 전기차 업체가 있다. 이들이 쏟아내는 물량이 엄청나다. 이들은 서로를 물고 무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가격이 폭락 중이다. 테슬라도 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중국 공장은 BYD 등 중국 기업에게 밀리고 있다. 그러자 글로벌 시장으로 자사 전기차를 밀어내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한국에도 주력인 모델 Y 전기차를 밀어내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4206대를 판매해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판매량 4367대에 근접했다. 판매량이 호조를 보인 이유는 이전보다 가격을 1000만 원가량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테슬라 말고도 BYD 등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들도 한국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이 역시 중국의 전기차 과잉공급과 관련 있다.
유사한 일이 반도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를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산업으로 보고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설계 장비 및 투자를 막자 전략을 바꾸었다. 미국의 견제가 느슨한 20~40나노 반도체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저가지만 수요가 가장 많다. 자동차 TV 냉장고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다. 첨단 반도체와 달리 이들을 만들 수 있는 심자외선(DUV) 장비나 설계에 대해 미국이 엄격한 수출규제를 하고 있지 않음을 틈탄 것이다.
중국이 노리는 것은 간단하다. 치킨게임을 통해 시장을 교란해 경쟁자를 쫓아내겠다는 심산이다. 치킨게임은 극단적 가격으로 경쟁자를 압박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적 도구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한때 치킨게임을 벌인 적이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선두주자는 일본과 미국기업들이었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강력한 치킨게임을 벌인 결과 미국의 인텔과 일본 기업들이 나가떨어졌다. 한국의 하이닉스도 치킨게임의 희생양이 되어 회사가 어려워졌다. 이후 SK로 편입돼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되었다. 치킨 게임 결과,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견고한 선두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SK하이닉스가 살아남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이들 두 회사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런 역사를 중국이 모를 리 없다. 자신이 처한 과잉공급 상황을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해 가격으로 다른 나라의 시장을 교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이커머스와 이차 배터리, 전기차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으며 향후에는 반도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는 늦지 않게 필요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시장 교란 작전의 최대 희생국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