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지난 7일 ‘2023AFC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0-2로 패하며 탈락한 후폭풍이 거세다.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선수진과 ‘역대 최고 커리어’ 감독이 포진한 대표팀이 64년 만에 우승컵을 노리다 국민적 실망감을 안겼다. 무엇보다 ‘역대급 졸전’을 벌였다는 게 충격이었다.
사실 국민은 준결승전보다 설 연휴에 벌어질 결승전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만큼 결승전 진출을 의심한 사람은 드물었다. 설날(10일) 당일 가족친지와 보내고 11일 새벽 한국축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접한다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앞서 한국축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붙은 16강전에 이어 우승 후보 호주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8강전에서 패배 직전 동점골을 넣고 연장전으로 끌고가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쓰고 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상황이 나올 것 같은 시점에 어이없게 ‘허무 개그’로 끝나고 말았다. 준결승전은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각자 따로 플레이를 펼치는 것도 모자라 이해할 수 없는 패스 실수를 연발해 실점했다. 유효 슈팅은 단 한 개도 없었으며, 골키퍼 선방으로 추가 실점을 겨우 막았다. 감독도 선수도 태극마크가 부끄럽다는 지적이다.
뒤늦게 선수단이 공중분해 상태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준결승전을 앞두고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저녁을 일찍 먹고 탁구 치려던 이강인 등 후배들의 개인 행동을 나무라다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되면서 테이프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 중 이강인은 상대팀 골문 근처서 결정적인 찬스를 엿보던 손흥민에게 패스 한 번 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의 ‘해줘 축구’ 체제에서 대표팀은 연령대별로 따로 움직였다고 한다. 맥 없는 지도력에 선수들이 알아서 경기하는 팀의 민낯이다. 선수단이 조별 리그부터 보인 경기력 저하는 당연했다.
한 중국 매체는 “탁구를 통해서도 결속력을 기를 수 있다”며 이강인을 두둔했다. 각국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산산이 조각 난 한국축구’ 현실을 꼬집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2000년대 초 인기를 끌었던 허무 개그는 웃음이라도 던졌다. 반면 한국축구는 전 세계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축구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라는 점을 깨닫고 전열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