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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분만 손 놓는 산부인과

이상찬 세화병원장

  • 이상찬 세화병원장
  •  |   입력 : 2024-02-18 19:49:42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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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에서 분만 건수가 제일 많았던 병원이었는데 이달부터 분만 진료를 종료한다는 공고를 내면서 지역신문 1면 머리기사로 보도됐다. 같은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이런 일이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는 현실을 보고있다.

산모는 낮에도, 새벽에도 아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는 365일 24시간 밤낮으로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운영해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분만실과 신생아실의 간호사가 3교대로 근무해야 하고 밤새도록 당직하는 산부인과 의사도 필요하다. 즉 분만건수가 많으면 병원 운영이 가능하지만 분만 운영을 위한 인건비 지출은 고정되어 있으므로 분만이적으면 적자가 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분만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다 분만을 하다 보면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산모 사고가 생기게 된다. 이 경우 의학적으로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모든 잘못이 의사에게 있다고 해 10억 원이 넘는 금전적인 배상판결을 의사 개인에게 내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첫째 아이를 자연분만한 산모가둘째 아기를 분만할 때는 일반적으로 먼저 자연분만을 시도한다. 분만병원에서 둘째 아이를 새벽에 분만하다가 태아 머리가 골반에 걸려서 산모와 태아를 잃는 예측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산모 사고가 일어났다. 개인 분만병원에는 마취의사가 항상 상주할 수 없으므로 둘째 아이를 새벽에 분만하다가 태아머리가 골반에 걸려 나오지 못해 태아가 5분 이상 숨쉬지 못하고 산모에게도 갑자기 과다출혈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태아와 산모를 잃을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불가항력적인 산모 사고라고 한다. 그 결과 의사의 진료과정에서의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병원장은 평생을 진료한 산부인과 분만병원을 갑자기 폐업했다.

동창회 일로 일본의 규슈대학 동창회장과 일본에서 저녁을 하면서 불가항력적인 산모 사고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어보았다. 일본에서는 분만병원의 분만건수에 따른 할당금과 일본 정부가 주는 지원금을 모아서 불가항력적인 산모 사고를 당한 가족에게 먼저 위로금을 주면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귀국 후에 보건복지부를 담당하는 국회의원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 면담 약속을 잡아준 일요일 오전 10시에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불가항력적 산모 사고에 대한 일본의 대처 방안을 이야기하고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이런 건의는 산부인과협회나 의사협회와 같은 공식적인 단체가 건의를 해야지 개인 혼자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진료하는 과정에서 생명과 연관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산부인과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와 산모가 함께 어떤 상황으로 변할지 24시간 365일동안 예측할 수 없는 생사를 다루는 응급 상황에 항상 노출돼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분만 감소로 분만실 운영의 재정적인 어려운 상황과 불가항력산모 사고에 대한 법적인 책임과 금전적인 부담을 보험이 아닌 산부인과 의사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그동안 의사의 사명감을 갖고 진료를 해왔으나 이제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분만진료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분만실의 운영중단은 이제 시작일수 있으며 다른 진료과에도 일어날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세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최첨단의 의료 해택을 받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의료계와 국민에게 모두 도움되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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