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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입막음 졸업식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2-18 19:48:33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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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는 오는 23일 학위수여식을 한다. 매년 2월 마지막 주 금요일 여는 졸업식 전통을 이어간다. 올해는 깜짝 이벤트가 있다. 대학본부 주요 보직 교수와 단과대학 학장들로 구성된 교무위원들이 졸업생에게 주는 선물이다. 가곡 ‘목련화’를 부른다. 교무위원 합창은 지난해 8월 학위수여식 때 처음 선보였다. 가곡 ‘청산에 살리라’다. 사제지간의 정이 노래로 통한다면 이 또한 졸업식의 전통이 될 수 있겠다.

대학교 졸업식이 한창이다. 대학 졸업증서를 손에 쥐면 사회인 대우를 받는다. 졸업식이 축하와 격려의 자리이고, 졸업생이 주인공인 이유는 명백하다. 그럼에도 졸업식이 즐겁거나 감동적이기 보다는 딱딱하고 엄격했다는 졸업생이 대부분이다. 숱한 내빈 축사와 총장의 졸업사가 한몫했다. 한편으로 통과의례가 그리 쉬울 수 있겠느냐고 하겠으나 교수가 노래 선물까지 준비할 정도니 세상 변화를 실감한다.

노래로 졸업식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례는 지난 14일 국민대에서 있었다. 이 학교 졸업생인 가수 이효리가 축사와 함께 히트곡 ‘치티치티 뱅뱅’을 열창한 것이다. 이효리는 “인생 독고다이”를 외쳤다. 누구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행동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가운을 벗고 졸업생들의 박수와 환호를 끌어내며 노래를 마쳤다. 노래로 하나된 졸업식이다.

축사로 인한 고약한 졸업식 모습은 지난 16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수여식에서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과정에서 졸업생인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 대변인이 고성을 지르다 대통령경호처 요원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그는 윤 정부가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 복원을 주장했다. 경호원들은 신 대변인의 입을 막고 식장 밖으로 내쳤다. 정치권까지 나서 공방을 벌이는 입막음 졸업식이다.

졸업식은 순간, 삶의 격랑을 헤쳐가기 바쁜 게 졸업생의 일상이다. 교수를 넘어 세상 모든 이가 스승일 수 있다. ‘상우고인’(尙友古人), 올라가 옛 선인과 벗하라고 권한다. 한 고을의 좋은 선비라야 한 고을의 좋은 선비를 벗할 수 있고, 한 나라의 좋은 선비라야 한 나라의 좋은 선비를 벗할 수 있고, 천하의 좋은 선비라야 천하의 좋은 선비를 벗할 수 있다. 그렇지만 천하의 좋은 선비를 벗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여겨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옛 사람을 벗하니, 바로 시대를 올라가 옛 사람과 벗한다는 것이다. 맹자가 제자 만장에게 전한 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첨단의 성취는 과거라는 지혜의 저수지에서 비롯된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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