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살 만한가 보다. 살면서 처해 있는 환경과 여건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목표도 하나요, 방향도 한길인데 어떻게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실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가지고 영토와 국민으로 구성된 국가를 이루고 있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고 화합하는 모습은 참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갈등과 분열과 적대감이 가득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무엇에 삶의 가치를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1960년대에는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8·15 광복 후 부산에는 적산 기업이 참으로 많았다. 그런 회사 중 밥을 지어 근로자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한 기업들에 허기를 달래기 위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으려고 줄을 섰다. 대부분은 음식을 제공하지 않아 1980년대 초까지 도시락을 싸 들고 다녔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지금처럼 상대를 믿지 못하고 헐뜯고 싸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살아남기 위해 싸울 시간과 생각할 시간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오직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런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의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아버지도 타이어를 생산하는 회사에 다녔다. 술·담배를 못하시던 분이 환경오염으로 큰 병을 얻어 54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본인은 못 배우고 힘들어도 자식에게 절대 가난을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학교에 다니게 해주셨고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말없이 무명의 구름처럼 가슴에 담지 말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우리가 잊고 있거나 잊어버린 역사와 삶의 가치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한다. 우리가 어떻게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정체성을 제시하는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금은 어떠한가.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고 넘어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진입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과거의 어려움을 잊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만족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우리는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강조하면서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무시한다. 우리는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고집하면서 타인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모습으로 과연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산업 일선에서 힘들고 고된 시간을 말없이 희생하며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근로자를 왜 국가유공자만큼 존중하지 않는가. 그들은 우리의 부모이자 형제자매이다. 그들은 우리의 선배이자 이웃이다.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자 자랑이다.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감사와 존경을 표현해야 할까.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보상을 해주어야 할까. 그들에게 우리는 어떤 사랑과 우정을 전해야 할까. 그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행동과 변화를 보여야 할까. 그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국민 모두가 따지고 보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한 애국자다.
이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게 무엇이겠는가. 양심과 염치가 있고 부끄러울 때 부끄럽다는 표정이 있어야 사람이 아니겠나. 순간의 선택이 내 자식을 위하고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다면 깊이 생각하면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산업화의 본질과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부국강병’이라는 국가의 목표와 방향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습보다 그 뒤에 더 많은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와 존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정자들을 보라. 얼마나 뻔뻔하고 위선적이며 오만한 표정을 하면서 국민을 속이고 비웃고 있는가. 국민은 더욱 정신 차려야 한다. 주권을 올바르게 행사해야 진흙에서 자라지만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은 꽃처럼 울림을 주는 지도자가 탄생하지 않겠는가. 4·10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스스로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많이 선출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이제 살 만한가 보다. 그러나 우리는 살 만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희생한 그때 그 시대 우리의 역사와 가치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살 만한 삶을 살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하고 화합해야 한다. 우리는 살 만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의 미래와 후손을 위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살 만한 삶을 살기 위해 우리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애국심과 자긍심과 삶의 가치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