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폐지 줍는 노인 실태조사를 벌인다. 다음달까지 시내 16개 구군에서 고물상 등을 대상으로 폐지수집 노인 인적사항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개별 복지 욕구와 필요 서비스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폐지수집 노인 지원대책을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대략 파악된 부산의 폐지수집 노인은 1600여 명이지만 실제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조사된 바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 하루 5.4시간 일해 월 평균 수입은 16만 원 안팎이며 생활비나 용돈 등 경제적 사유가 절대 비율을 차지한다. 폐지수집 노인은 우리 사회 고령화 문제를 드러내는 단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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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거한 폐지를 정리하고 있는 어르신. 국제신문 DB |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노인 빈곤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일부 이전소득이 통계에서 누락돼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반론이 없지 않지만, 예전처럼 자녀에게 전적으로 노후를 기댈 수 없는 사회 분위기 등을 감안하면 노인 빈곤이 심각한 수준임은 충분히 인정된다. 빈곤율뿐 아니라 고용률마저 OECD 최고 수준임은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70세 이상 부산 노인 4명 중 1명은 여전히 일한다. 60대 이상 취업률만 나홀로 증가세다. 소득이 필요한 노인들이 단순 노무직에 몰려서 그렇다. 청년이 아닌 노인 노동도 문제고, 그런 일자리가 그다지 양질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노동현장의 저출생 고령화 결과는 뻔하다. 근로 가능 인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직장이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을 지 모른다. 취업시장에서 제일 먼저 고려되어야 할 세대는 두말 할 것 없이 청년층이다. 그러나 청년과 노인은 희망직종이 거의 겹치지 않고 기대소득도 다르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청년이나 자녀 교육 등에 지출이 많은 장년층과 달리, 노인은 건강이 담보되는 한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국가에서 지급하는 기초연금 등이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다소 임금이 낮더라도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다. 젊은 세대는 꺼리거나 못 해내지만 노인에겐 부담없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실버 택배는 이미 이 분야 모델로 자리 잡았다.
부산은 대도시 중에서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내년이면 만 65세 이상이 인구의 24.7%이고 은퇴 연령인 60세 이상은 49.3%로 거의 절반이다. 이들이 모두 일손을 놓으면 인구 절반이 일을 안 하는 상태가 된다. 보다 촘촘한 복지 안전망과 노인 특성에 맞는 일자리 발굴은 이들의 경제적 안정과 건강,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카드다. 인구 감소 시대에 맞춰 정부 일자리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이제는 65세 이상인 법정 노인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정년 개념을 수정해야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노동력 부족에 대비할 수 있다.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다. 근로 의지가 충만한 노인 인구 증가를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활용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