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지역·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중견 의사의 견해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   입력 : 2024-02-25 18:48:25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늦은 밤 지인의 전화가 왔다. 가족이 장 폐색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는데 입원실이 없고 부산에 고령의 중증환자를 받아줄 곳이 없어 창원 소재 대학병원으로 전원을 권유받았다. 혹시 우리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직장 상부의 대장이 암으로 막혔고 복부 팽만이 있었다. 긴급하게 스텐트 시술을 하고 10일 정도 기다렸다가 환자의 상태가 안정되자 암 수술을 하고 환자는 무사히 퇴원했다. 이후 환자와 가족은 평온을 찾았다.

중증 환자를 받는 2차 병원이 사라졌다. 25년 전 필자와 같이 근무하던 선배 신경외과 의사는 사흘이 멀다 하고 뇌출혈 환자를 수술하다 이어지는 의료분쟁에 번 아웃이 왔다. 밤새 수술해서 또 환자 한명 살렸다고 자랑하던 그는 대체의학을 하겠다며 메스를 던지고 암 환자 치료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필수의료 붕괴가 시작된 지 오래다. 의료계는 오랫동안 필수의료의 현장을 떠나는 의사가 늘고, 힘들고 보상이 적은 영역으로 진입하는 젊은 의사가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절박하게 호소했으나 국가는 이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의사에 대한 여론만 악화됐다.

의사에 대한 규제와 압박의 범위는 넓어지고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이 일례다. 진료 과정에서 생긴 환자의 피해를 국가가 중재하겠다는 취지의 법률이 편향 작동해서 필수의료 활동을 위축시킨 경향이 있다.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박탈되는 법안으로 의사는 성직자 수준의 생활이 요구된다.

장 폐색 환자에서 보존치료를 하다 수술 지연으로, 환자 사망 상황의 판단 과정에 개입되어, 영상을 잘 못 봐서 환자의 병변을 놓친 등의 행위가 의료과실로 판결되어 동료 의사가 법정 구속되는 것을 넋 놓고 지켜봐야 했다. 의료 행위의 실수가 용서되지 않았고, 진료 과정의 변수도 감안되지 않았다. 실손보험에 구멍 난 보험회사는 의사를 탓하며 소송을 남발했다.

의료전달체계 붕괴와 지역의료 퇴화를 재기할 수 없는 지경으로 빠트린 포퓰리즘 정책으로 ‘문케어(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를 지적한다. 빅 5 병원의 문턱을 낮췄고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행렬이 급증했다. 물밀 듯 몰려드는 지방 환자의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병원도 생겼다. 급기야 하루 환자 1만 명에 연 2조 원 매출을 올리는 공룡병원을 탄생시켰다.

1977년 시작된 국민건강보험 정책 당시 70% 원가에 책정된 수술 수가는 물가와 의료현장의 인건비 상승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눈감고 인정해 줬던 특진비, 상급 병실비, 검사비, 비급여 등에 대해 칼질이 시작됐다. 대신 제공했던 복부 초음파, MRI 급여 인정 등 유화정책은 정권이 바뀌자 철회됐다.

의대 열풍은 활활 타 올랐다. 최상위 성적의 학생들이 몇 해의 실패를 감수하고 의대를 지원했다. 늦은 나이에 이공계에서 전공을 바꾼 이도 허다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리스크가 높고 보상이 적은 필수의료는 몰락했고, 피안성(피부 안과 성형)과 정재영(정형 재활 영상)은 인기가 치솟았다.

의업이 의료서비스로 형해화됐다. 의사들의 탈 필수의료 행진은 심화됐고 의사 숫자가 이슈가 됐다. 정부는 OECD 대비 부족한 의사 통계를 들며 의대 증원을 해야 무너진 필수의료와 지역 불균형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는 OECD 대비 낮은 수가에 리스크 감수하며 사명감으로 버티는데 근원적 대책 없이 집단이기주의로 모는 정부를 원망하는 입장이다.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며, 의술에 대해 연구하고, 후배 양성에 전념하는 전문가다. 의사는 환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 헌신 사명감 성취감 자부심 등의 훈훈한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산다. 오늘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가 안갯속에 있고 필수의료는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다. 이 사회의 선(善)한 영향력과 자정 능력으로 우리 의업이 정화되고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일광서 즐기는 동해 오션뷰…부산 새 랜드마크 ‘하이엔드 아파트’
  2. 2김재윤 금정구청장 임기 중 별세
  3. 3기초의회 배신표에 어부지리 의장 속출
  4. 4옛 한진重 부지, 해양관광호텔 개발 본격화
  5. 5고준위특별법 급한데…산자위에 부산의원 없다
  6. 6부산 원도심 지자체들, 종부세 폐지 반대 성명
  7. 7발화 땐 연쇄폭발인데 안전매뉴얼 없어…부산도 110곳 점검
  8. 81000명 몰린 ‘부산슬러시드’…스타트업 허브도시 비상한다
  9. 9[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41> 일본 대마도 고구마 ‘고오코이모’ 그리고 ‘센’
  10. 10‘클래식 도시’ 이끌 핵심 기구…부산지역 공연장 질서 재편 눈앞
  1. 1고준위특별법 급한데…산자위에 부산의원 없다
  2. 2민주 부산시당위원장 후보 윤곽…지역선 “중앙당에 맞설 리더십 절실”
  3. 3尹 “북러 조약 시대착오…北 도발에 압도적 대응”
  4. 4국회 돌아온 與 원내 투쟁 선언…독주 부담 던 野 입법공세 박차
  5. 5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6. 6연일 ‘채상병 특검법’ 띄우는 한동훈…대립각 세우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7. 7[정가 백브리핑] 두 달 만에 6개 법 발의·입법준비…부산시 ‘국회입법 협력서비스’ 호응
  8. 8“예의가 없어” “법 공부하시라” 말싸움·보이콧…상임위 파행
  9. 9[단독] 한동훈 28일 부산 방문…영남권 공략
  10. 10이재명, 대표직 사퇴…연임 도전 수순
  1. 1일광서 즐기는 동해 오션뷰…부산 새 랜드마크 ‘하이엔드 아파트’
  2. 2옛 한진重 부지, 해양관광호텔 개발 본격화
  3. 31000명 몰린 ‘부산슬러시드’…스타트업 허브도시 비상한다
  4. 4‘가성비’ 부산發 커피 브랜드 성장세
  5. 5도금 40년 외길…자동차 부품 연간 1000만 개 납품
  6. 6동남권 특화 1000억펀드, 유니콘 기업 키운다
  7. 7데이터 산업 키우는 지·산·학
  8. 8“조선업 인력난 해소, 전담팀 통해서 지원”
  9. 9외국인환자 다시 온다, 부산 작년 1만2912명…1년 만에 11.6% 늘어
  10. 10양자컴퓨팅 상용화 눈앞...지역사회도 '주목'
  1. 1김재윤 금정구청장 임기 중 별세
  2. 2기초의회 배신표에 어부지리 의장 속출
  3. 3부산 원도심 지자체들, 종부세 폐지 반대 성명
  4. 4발화 땐 연쇄폭발인데 안전매뉴얼 없어…부산도 110곳 점검
  5. 5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4> 서평가 김미옥
  6. 6통영고 통학로도 확보 않고…공사차량 정문 ‘쌩쌩’
  7. 7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실종자 시신 추가 발견…사망 총 23명
  8. 8“집단성폭행 사건, 상처입은 분께 사죄” 20년 만에 고개 숙인 밀양시
  9. 9고온·수증기 겹치면 열폭주…배터리 다 타야 불 꺼져
  10. 10오늘의 날씨- 2024년 6월 26일
  1. 1롯데 손호영 전반기 아웃…노진혁이 히든카드?
  2. 2낙동중 축구부 쌍두마차…‘유로’ 맞대결 꿈꾼다
  3. 3이태리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유로 2024 16강 극적인 진출
  4. 4BPA 조정선수단 금 1·은 1 수상
  5. 5펜싱 코리아, 파리올림픽서도 금빛 찌른다
  6. 6‘효자’ 양궁·펜싱 기대…수영 황금세대도 금빛 물살 가른다
  7. 7‘민모자’ 양희영, 34살에 첫 메이저 퀸
  8. 8‘10초 프리즈’ 김홍열, 올림픽 간다
  9. 9퓔크루크 극장골…독일 16강 진출
  10. 1013점 차 열세도 뒤집었던 롯데, 결국 15-15 무승부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불완전함의 가치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토론회 오른쪽 연단
경정(更正)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부산 2개 대학 연합 ‘글로컬30’ 명분·내용 충분하다
글로벌허브, 두바이 능가하는 부산만의 길 찾아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시 아날로그의 세계를 생각한다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골든 타임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