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2030년까지 조선업 육성에 1조3694억 원을 투입한다. 호황기에 접어든 대형 조선소와 달리 부산의 중소형 조선·기자재 기업 상당수가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2일 공개한 조선업 초격차 전략은 생산인력 확보(연간 1000명)와 기술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산학 협력을 통한 전문가 양성과 생산 공정 디지털 전환을 촉진해 인력난을 덜려는 의도다. 친환경·자율운항 기술 개발과 세계적 수준의 설계·엔지니어링 역량 확보에도 약 8582억 원이 투입된다.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에 맞서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만시지탄이나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부산시 김광회 경제부시장이 지난 22일 조선업 위기극복을 위한 제41차 비상경제대책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김동하 기자

‘조선 1번지’ 부산의 위상 추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 광공업 생산이 9.6% 감소한 주요 원인이 조선업 경쟁력 약화다. 우리나라 글로벌 선박 수주율이 2022년 31.3%에서 지난해 25%로 감소하면서 대형 조선소보다 자본·기술력이 뒤진 중소 조선소가 더 큰 타격을 받았다. 대선조선의 워크아웃은 향토 조선소의 고달픈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위기의 원인은 업황 부진보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일감이 많아도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거나 선수금환급보증 한도 부족에 따른 경영난이 반복(한국은행 자료)되고 있다. 조선업 부진은 경제 침체로 연결된다. 중소 선박·수리 조선소가 밀집한 영도구의 지난해 고용률은 49.3%로 228개 기초단체 가운데 최하위였다. 15세 이상 인구 중 ‘비경제활동인구’ 비중 역시 5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결국 중소 조선소 운명은 인력·기술에 달렸다. 부산시가 앞으로 7년간 수소선박기술센터·부산공유대학과 협업해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는 것도 선박 건조가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차세대 기술 확보는 조선업의 생사가 달린 과제다. 경쟁국인 중국은 LNG운반선을 제외한 대부분 선종에서 우리를 앞선 상태다. 초격차 기술 개발에 일찌감치 나선 국내 조선 빅3와 달리 중소 조선소는 인력 유출과 기술력 정체로 더 고통받는 게 현실이다. 부산시가 8000억 원 이상 투입해 친환경 연료·해양모빌리티 기술 고도화에 뛰어들기로 한 이유다. 방향은 잘 잡았다.

부산 경제에서 조선업 비중은 크다. 우리나라 조선 기자재(367개)·엔지니어링(111개) 기업 절반 이상이 부산에 있다. 조선산업 생태계 고도화와 수출 경쟁력 강화가 세계 시장에서 ‘부산 조선’의 리더십을 세울 기회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는 새해 부산에서 열린 조선해양인 신년인사회에서 미래기술 확보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차세대 조선산업 기술혁신 및 산업화 촉진법’(가칭)도 제정할 계획이다. 부산이 ‘K-조선’ 재도약의 중심이 될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부산시는 중앙정부와의 협업은 물론 초격차 전략 추진에 필요한 국비(약 8348억) 확보에도 차질이 없도록 잘 챙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