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은 우리나라 유자망(그물을 수면에서 바닥으로 펼쳐 조류를 따라 흘려보내면서 물고기가 그물코에 꽂히게 해 잡는 어구·어법) 멸치 어획고의 60%가량 차지하는 곳이다. 산란기를 맞은 길이 10∼15㎝ 왕멸치로 지방질이 풍부한 봄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매년 봄이면 이 일대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물에 달라붙은 멸치를 털어내는 작업이다. 새벽에 바다로 나갔던 배들이 오전 9시 전후 돌아와 그물에 걸려 있는 멸치를 털어내기 시작한다. 배에서는 털기가 여의치 않다. 그만큼 그물에 걸린 멸치가 많기 때문이다. 그물을 통째로 실어와 포구에서 진행하는 대변항 멸치 털이는 장관이다. 만선을 이룬 어선이 도착하면 10여 명이 한 줄로 늘어선 채 “어~야 어~야”, “어요디요 어요디요” 구성진 노랫가락에 맞춰 그물을 턴다.
“으싸! 으싸!” 구호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아침 햇빛을 받은 멸치가 비늘을 반짝이며 튀어 오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구경꾼들이 이리저리 흩어진 멸치를 비닐봉지나 작은 소쿠리에 주워담아도 어느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풍어 속 넉넉한 인심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3월부터 봄멸치 진수를 맛보려는 사람이 몰려 대변항은 활기가 넘친다. 쪽빛바다에서 갓 건진 싱싱한 멸치회 맛은 일품이다. 고소한 멸치구이, 얼큰한 멸치찌개는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한다. 젓갈로 담가 김장용이나 보쌈 양념으로 곁들여 먹기도 하고 마른 멸치를 조림으로 해먹기도 한다. ‘멸치 중의 멸치’로 대접받을 만하다.
봄철 부산 대표 먹거리를 배경으로 한 축제가 탄생한 것은 자연스럽다. 1997년부터 매년 4월 기장멸치축제가 열렸다. 축제 기간 대변항 곳곳은 즉석 멸치요리전문점으로 변했다. 멸치 털이를 비롯해 미역 캐기와 노젓기 등 이색 체험행사도 다채롭다. 2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찾는다.
올해는 기장멸치축제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21년 2년간 개최되지 않았다가 2022년 재개했지만 2년 만에 또다시 취소됐다. 재정난이 주된 이유다. 기장군과 기장멸치축제추진위원회는 한 번 쉬어가며 자구책을 찾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변마을 청년회와 부녀회 회원의 고령화로 주민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한계에 도달해 내년 개최도 장담할 수 없다. 고령화 여파로 대한민국 대표 수산축제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니 가슴 아프다. 축제가 열려 다시 활기를 찾기를 바랄 뿐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