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二妓臺)는 부산 대표 도시자연공원이다. 중생대 백악기에 해당하는 약 8000만 년 전 안산암질 용암(화산이 분출하는 동안 밖으로 나온 암석의 용융체)이 분출해 형성된 화산지형이다. 이 일대에 분포하는 화산암과 어우러지는 해안 절경은 일품이다.
이기대 명칭 유래에는 두 명의 기생이 등장한다. 1850년 좌수사 이형하(李亨夏)가 편찬한 ‘동래영지’에는 ‘좌수영 남쪽으로 15리(6㎞가량)에 두 명의 기생 무덤이 있어 이기대라고 부른다’고 했다. 실제 부산 남구청이 2013년 4월 이기대 공룡바위에서 정방향으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두 기생 추정 무덤을 발견했다고 발표해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잡목이 뒤덮여 접근이 쉽지 않았고 축대도 훼손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눈길이 가는 대목은 따로 있다. 임진왜란 때 경상좌수영성지를 함락한 일본군이 경치 좋은 이곳에서 축하잔치를 열었다. 그때 자청해서 참가한 의로운 기녀 두 명이 왜장을 술에 취하게 한 뒤 끌어안고 바다로 투신해 함께 죽었다고 한다. ‘의기대(義妓臺)’로 불러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빼어난 경관의 이기대는 군사작전지역으로 묶여 오랜 세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 1997년 정부의 해안선 군 주둔 지역 개방정책에 따라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2005년 해안산책로가 조성되는 등 해변을 낀 ‘수변공원’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서울 한강공원 등 강변과 호수를 따라 조성된 수변공원은 전국 곳곳에 널려 있다. 반면 이기대처럼 바다 인접 공원(인천 랜드마크시티1호수변공원, 경남 창원 합포수변공원, 부산 다대포해변공원 민락수변공원 등)은 손에 꼽을 정도다.
동해안 탐방도로 해파랑길 출발점이자 갈맷길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이기대는 전국에서 사람 발길이 이어지는 대한민국 대표 친수공간이다.
이기대는 이제 ‘근린공원’으로 바뀐다. 부산시가 예술문화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도시관리계혁 변경 결정안 공고를 냈다. 해당 생활권 거주자 보건·휴양 및 정서 향상 기여를 목적으로 설치되는 근린공원은 수변공원과 대비된다. 수변공원은 조경·휴양 목적 등에 따른 제한적인 시설 설치만 가능하다. 근린공원에는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교양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시는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하는 등 이기대를 문화예술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이 같은 청사진이 실현된다면 ‘근린공원 이기대’는 국내 최고 명품공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