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인문학 칼럼] 부산의 야구박물관은 홈런을 칠 수 있을까

매년 방대한 자료 쏟아져…수장고 설계에 꼭 반영을

스토리텔링 개발도 중요, 사전 조사·연구 선행돼야

류승훈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팀장

  • 류승훈 부산근현대역사관 운영팀장
  •  |   입력 : 2024-03-13 19:18:5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번 주말이면 부산근현대역사관 개관 특별전 ‘마, 쌔리라 야구도시 부산의 함성’이 막을 내린다. 전시가 끝날 즈음이 되면 처음 발을 내디뎠던 출발선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관에 맞춰 문을 여는 첫 특별전이었던 만큼 주제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의하던 자리가 생각난다. 부산 시민의 관심이 뜨거운 ‘야구’로 주제를 정했지만 막상 야구와 관련한 자료는 수집된 게 없어서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다행히 KBO(한국야구위원회)와 롯데 자이언츠 구단, 부산의 야구 명문 고교 등에서 협조를 해준 결과, 무사히 전시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중 마음에 들었던 전시자료는 1973년에 제작된 ‘축! 개선 3관왕 김용희군 현수막’이었다. 지금처럼 기계로 인쇄한 플래카드가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이 손수 색칠해서 만든 대형 현수막이었다. KBO 아카이브실에서 이 현수막을 보자마자 나는 경남고 학생들의 남다른 야구사랑과 김 선수에 대한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을 스토리텔링 하기에 제격인 자료라고 여겼다. 그런데 지난 1월, 김용희 롯데 2군 감독이 직접 손자를 이끌고 야구 특별전을 보러 왔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마침 방송국에서 특별전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50살 나이를 먹은 현수막 앞에서 김 감독이 인터뷰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었으며, 이 자료를 찾아 전시한 우리에게도 뿌듯한 순간이었다.

야구 특별전은 곧 종료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2026년 부산 기장군에 한국야구박물관이 개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야구의 역사 문화를 집대성해 보여줄 한국야구박물관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유치하고자 경쟁이 치열했다. 야구는 우리나라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이거니와 120여 년 역사를 지니고 있어 전시자료도 차고 넘친다. 게다가 야구박물관은 보는 전시 외에도 던지고 치고 달리는 체험까지 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많은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지만 박물관 건립도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한국야구박물관은 100년 미래를 바라보고 건립돼야 한다. 박물관의 시설과 규모, 전시기법과 인테리어까지 모두 100년을 견딜 것을 예상하고 지어야 한다. 더욱이 한국야구박물관은 하나의 스포츠를 주제로 하는 박물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관이 아닌가. 우리가 흔히 아는 고고 미술 역사 민속 등을 전시한 국공립 박물관과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을, 한국야구박물관만의 정체성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특별함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야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조사하고 검토하고 연구하는 등 수많은 공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수십만 번 공을 던지고 치고 잡는 연습을 해야 비로소 야구선수가 될 수 있듯이 한국야구박물관도 그만한 공력을 들여야 우리나라의 대표적 박물관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법이다.

한국야구박물관의 성공적 개관을 바라며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 싶다. 박물관 개관의 기본 요건은 첫째는 시설 건립, 둘째는 콘텐츠 확보, 셋째는 전시 스토리텔링과 연출이다. 물론 세 요소가 따로 분리된 것은 아니고 서로 유기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 콘텐츠 확보의 측면에서 보면 한국야구박물관은 이미 반쯤의 성공이 보장돼 있다. KBO 아카이브실에는 그간 수집한 수만 점의 야구 자료가 소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 큰 박물관을 짓기 위해 예산을 확보했지만 정작 전시유물은 확보하지 못한, 공중누각의 사례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그런데 문제는 매년 선수들과 구단으로부터 엄청난 자료들이 기증된다는 점이다. 현재 설계된 수장고의 규모로는 아마 몇 년을 버티기 어려울 것이므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야구의 방대한 역사와 문화를 일목요연하게 하나의 스토리 라인으로 꿰어 전시 연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야구박물관은 야구도시 부산을 넘어 한국의 야구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는 박물관이다. 산처럼 쌓인 전시 스토리 가운데 빛나는 보석을 골라내기 위해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요즘은 시민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서기 위한 각종 전시연출 기법이 개발되고 있어 최근의 전시 트렌드에 대해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편, 형식적 자문회의보다 박물관 전문가, 야구 연구자, 관계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실질적 회의가 필요하고, 이런 자리를 통해 꼭 결과물이 도출돼야 한다.

나는 야구 특별전의 문을 연 뒤에 만약 최동원 선수가 돌아와 전시를 본다면 어떤 평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투지와 집념의 사나이였던 그의 눈으로 본다면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야구 기획전이 부산에서 처음 개최됐고, 스포츠 전시를 타석에 오르게 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해 본다. 이제, 다음 타자는 한국야구박물관이다. 한국야구박물관이 멋진 홈런을 치기를 기대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발가벗겨진 사우디
“난 짜장”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LCC 통합 때 약속한 부산 허브 구축, 정부가 이행하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무색, 제도적 미비점 보완 시급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