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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국가 안보와 공공의료

김정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과장

  • 김정수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과장
  •  |   입력 : 2024-03-17 19:36:3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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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미국에서 존스법(Jones Act)라는 법률이 제정되었다. 미국 내에서 상업 운항 선박은 연안이건 내륙이건 간에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에 의해 운항 될 것을 강제 하는 법이다. 타국 선박에 대한 차별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존스법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지만 국가안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았다.

법 제정의 첫 번째 취지는 전시에 동원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상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미국 건조 선박은 해외 선박보다 4~5배 비싸고 운용 비용도 높아 미국 소비자들이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한 예로 아프리카나 중동 산유국에서 유조선으로 미국 동부까지 운송하는 원유의 운송비보다 미국 남부 걸프만에서 동부까지 운송하는 유조선 운송비가 2~3배 비싸다. 경쟁 시스템의 부재로 선박 가격이 오르고 연안 해운 대신 철도나 트럭을 사용하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에 해운 관련 일자리도 줄었다.

현재 존스법에 의해 미국에서 운항할 수 있는 상업 선박 숫자 자체가 100척 미만으로 점점 감소하고 태반이 수십년 이상의 노후 선박으로 운항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존스법이 아닌 직접적이고 투명한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현대에 들어 대다수 국가가 국가안보 및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존스법과 같은 법을 활용하고 있다. 작년 6월 29일 대법원에서 우리나라 영리병원 1호로 설립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치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영리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를 허용할 경우 보건의료체계의 주축을 이루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건강보험 의무가입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내국인 진료의 허용 여부는 국민의 보건의료라는 중요한 공익 과도 관련 된다”고 재판부가 판시 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유명한 MD앤더슨암센터 서울 분원 같은 병원은 우리나라에 설립될 수 없다. 우리 국민이 더 좋은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경쟁에 의한 의료산업 성장도 저하시키며, 국내 의사들의 독점권을 보호하는 것이 존스법과 비슷해 보인다.

만약 외국의 기업이나 대학의 거대 자본으로 대형병원을 설립하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나 건강보험에 적용을 받지 않으며 최상의 서비스로 고가의 비용을 청구하는 외국계 영리병원이 설립된다면 국내 의료계는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2013년 유명 가수이자 배우가 미국에서 받은 뇌동맥류 치료 비용이 4억 원이 넘었다고 하여 뉴스에 나온 적이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뇌동맥류 수술 보험수가가 300~400만 원 수준이니 영리 병원이 설립되는 순간 많은 의사가 영리 병원으로 이직할 것이 예측된다. 결과적으로 국내 의료 공백과 의료비 상승, 최종적으로 국내 의료 시스템의 붕괴가 예상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당하는 의료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공익사업으로 의료법은 영리기관이나 영리 자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의료법으로 영리 자본의 영리활동을 금지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의 90%이상이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위해 설립되었다. 국가를 포함한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병원인 의료원과 적십자병원 산재병원 보훈병원뿐만 아니라 국립대 병원들도 운영에서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경영 개선을 하여 이윤을 추구 하는 등 모든 의료기관에서 실제 영리 활동을 한다.

이윤 추구만 보면 공공의료 기관은 국내 개인이나 기업의 거대 자본에 경쟁을 할 수 없다. 국가안보를 위해 어떠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료 체계를 구축하려면 존스법과는 다른 경제적 보호가 필요하다. 국가 주도로 공공의료기관을 더 확충 하고 공공의료기관의 유지와 공익적 역할을 강화 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을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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