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콘텐츠 관련 기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표정이 좋지 않다. 직원에게 줄 월급 걱정 때문이다. 대표들은 월급 지급 하루 전에는 땅만 보고 걷는다.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어대는 탓에 옆에 있는 내게도 우울감이 전염되는 듯하다. 한번은 커다란 약봉지를 들고 만난 대표들도 있다. 물어보니 우울증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온단다. 슬며시 화가 치솟는다.
희망을 품고 새해를 시작했지만, 올해라고 좋아진 건 없다. 부산지역 콘텐츠 기업은 갑진년에도 한숨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부산에서 뿌리를 내리고 호기롭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7년이 지나면 중견기업에 속해 다양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 기업들은 버티기에 바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폭등한다.
예전에 신문 방송을 통해 기업 대표의 극단적 선택을 접할 때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을 정도의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힘을 내서 살면 되지. 정말 이해하기에 어려웠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애니메이션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런 상황과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짧지만 좋지 않은 상상을 해본 적도 있다.
최근 상황은 정말 녹록지 않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데 고사 직전의 콘텐츠 기업에 대한 부산시의 지원은 없다. 이런 지원 부재는 부산을 콘텐츠 변방 도시로 전락시키고 있다.
부산지역 전체 산업 중 콘텐츠 산업의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제2 도시 부산에서 문화콘텐츠 비율이 낮다는 것은 부산시의 관심과 지원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수치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반면 최근 전남 순천시는 애니메이션과 웹툰 분야에 전폭적으로 투자와 지원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과 정책, 그리고 운용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도권 콘텐츠 기업을 순천시로 이주시키고, 클라우드를 통해 지산학으로 발전하는 문화 콘텐츠를 생성하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학혁신사업인 글로컬사업과 연계해 사업도 진행한다. 인구 27만 명의 작은 도시 순천은 이렇게 콘텐츠를 활용해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인구 330만 명의 대도시 부산은 대체 무얼 하고 있는가. 부산지역은 11개 대학이 콘텐츠를 전공으로 교육한다. 그만큼 다른 지역보다 콘텐츠 산업 육성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행정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애니메이션 게임 웹툰 등 문화콘텐츠 핵심사업을 이렇게 홀대하는 지역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지역대학 졸업생에게 지역에서 활동하도록 기회를 만들어 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상황이 이러니 부산기업 가운데는 순천이나 광주로 기업을 이전하려는 곳도 생긴다.
부산시는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 기업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역 문화콘텐츠산업에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부산의 콘텐츠는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최고의 사업 아이템이자 부산의 기간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올해는 부산지역 지산학의 다양한 정책 협업을 통해 멋진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