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전을 강화하는 사업이 부산 곳곳에서 본격화 한다. 지난해 5월 운반 중이던 어망이 떨어져 등굣길 초등생이 참사를 겪은 영도구가 관련 예산을 40억 원 가까이 편성한 게 대표적이다. 관내 11개 초등학교에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고, 스쿨존 시·종점 정비와 보도 정비도 올해 안에 마친다는 계획이다. 부산진구는 미끄럼방지 시설과 활주로형 횡단보도 등에 20여억 원을 투입한다. 해운대 연제 등 다른 구군도 적극적이다. 부산시가 스쿨존 850여 곳에 4년간 63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함에 따라 16개 구군과 손발을 제대로 맞추면 학교 주변 보행 여건은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시내 모 초등학교 앞 스쿨존. 주정차된 차량과 운행 차량들 때문에 통행하는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국제신문 DB

스쿨존 보강 계기가 된 초등생의 어망 충돌 사고는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사람들 뇌리에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이 사건 직후에는 다른 초등학교 앞에서 교사가 차에 부딪히는 일도 있었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이 시행됐지만, 사고는 여전하고 후속책은 늦거나 안이하다. 영도 사고 대책만 해도 구청이 방호울타리를 새로 치면서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연약 재료를 사용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통학로 정비의 주체를 놓고 구청 경찰 교육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경우도 본다. 당장은 전수조사에 나서느니 하면서 반짝 관심을 갖다가 시간이 지나면 경각심이 무뎌지고 관련 사업은 후순위로 밀리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부산시와 구군 움직임이 반가우면서도 만시지탄 느낌이 강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개선 작업을 완결판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학교 주변에는 아직 정비되지 않는 곳이 많다. 지난해 2월 교육부 발표 자료를 보면 부산 309개 초등학교 중 보도를 완비한 지역은 47.5%에 그치고 미흡(52.4%)이나 전무(4.2%)가 절반 이상이다. 7대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나쁜 수치다. 스쿨존 내 급경사지의 미끄럼방지 시설이 닳고 닳아 비만 조금 와도 미끄러지기 일쑤라는 민원이 빗발쳐도 그냥 방치되곤 한다. 일선 구군 중에는 시민단체 스쿨존 실태조사 결과 통학 환경이 100점 만점에 50점이 안 되는 곳도 있다. 이런 통계가 1년 전 혹은 수개월 전 작성되긴 했지만 그 사이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지는 않았을 게 거의 확실하다.

도로교통공단이 분석한 스쿨존 사고 패턴을 보면 하교시간대인 오후 2~6시, 주 초반보다 주 후반, 고학년보다 저학년에서 많이 발생하고 저학년일수록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생길 확률이 높다. 어디를 보강하고 누구를 어떻게 조심시켜야 할지 여기에 정답이 있다. 통학로 정비 사업은 현장 문제점을 꼼꼼하게 찾아내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같은 곳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안 생긴다. 행정과 교육 당국의 역할 못지 않게 인근 주민 협조도 중요하다. 통행이나 영업 방해 등 이유로 펜스 설치를 막는 사람이 있어선 곤란하다. 어린이 안전은 오롯이 어른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