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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도 칼럼] 공짜 박수는 없다

‘내가 부산이다’ 한뜻으로 “산업은행은요” 촉구해야

민심 수렴 용광로 총선서 ‘금융중심지’ 실현 앞당겨

미래 만드는 일 이뿐이랴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3-25 19:34:4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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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를 보러 부산 오륙도해맞이공원으로 갔다. 지난 주말 아침 댓바람부터 서두른 봄맞이였다. 수선화는 소문난 봄꽃이자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꽃이다. 물가에 피는 신선 같은 꽃이 수선화(水仙花)다. 봄꽃이 어디 수선화 뿐이랴마는 오륙도와 수선화, 환상의 조합이다.

부산 남구 오륙도해맞이공원을 노랗게 물들인 수선화 군락.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유람선선착장 주차장서 공원으로 올라가다 ‘남해와 동해를 가르는 경계 표지석’을 다시 봤다. 이를 기준으로 동해와 남해로 나뉜다는 이야기다. 그 옆엔 동해안 770㎞ 해파랑길과 남해안 1470㎞ 남파랑길 시작점이란 안내판이 있다. 오륙도가 물길을 가르고 뭍길을 나눈 셈이다. 그렇다고 파도가 두부모 자르듯 갈라질리 만무하다. 가상의 선으로 이뤄진 바다 경계를 무심한 물결이 이리저리 요동쳤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다. 올봄은 민심의 바다가 출렁이는 4·10 총선을 앞둬 예년과 다르다. 선거 때마다 요란한 말잔치가 벌어졌다. 올핸 부산이 단단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당(黨) 색깔에 따라 말조차 섞지 않는 세태라 하더라도 빈말을 용납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민심의 바다가 그만큼 무섭다. 부산 현실이 그 이상 절박하다.

공약이라는 이름의 거대 양당 말빚은 부산 미래를 위한 지렛대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요” “경부선 철도 지하화는요”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은요” 하며 집요하게 캐묻고 납득할만한 방안을 촉구할 때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내가 부산이다’란 마음으로 똘똘 뭉쳐야 가능한 일이다. 거대 양당이 사생결단식으로 혐오와 배타로 일관하는 선거판 아닌가.

오륙도가 있는 부산 남구는 ‘1+1=2’란 수학 공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총선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두 개 선거구가 합쳐져 ‘1+1=1’이 됐다. 현역 국회의원 두 명이 맞붙은 남구 총선 최대 화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다. 남구 문현금융단지로 산은 본점을 옮겨와 금융중심지 부산을 글로벌 금융 허브로 만드는 디딤돌로 삼자는 큰 꿈이다. 산업은행법 4조1항, 본점을 서울에 둔다는 조항을 바꿔야 한다. 이를 두고 여야가 동상이몽이다.

국회의원은 입법과 예산 권한과 함께 국정감사 국정조사 등으로 관할 기관을 감시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법을 만들고 바꾸는 건 기본이다. 사람이 만든 가상의 선이 바다를 나누는 것처럼 의지만 있다면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다. 총선이 중요한 이유다. 후보의 됨됨이를 꼼꼼하게 살피고 소속 정당 공약을 곱씹어봐야 하는 까닭이다. 그 후보의 말에 환호하고 야유를 보내는 건 개인의 호불호 문제다. 당락은 민심의 선택이다. 분명한 건 쏟아지는 박수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이다. 당선된다면 임기 4년 동안 짊어져야 할 짐이다.

지난 19일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1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양재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를 분명히 했다. 제25대 상의 회장 취임 첫날 일정으로 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양 회장은 특별히 두 사람에게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축사를 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었다. 금융중심지 부산을 위한 두 사람의 노력을 강조한 양 회장은 “공짜 박수는 없다”고 했다. ‘기회비용’을 강조한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금언인 ‘공짜 점심은 없다’의 패러디지 싶다. 산은법 개정 뿐이겠는가. 물류와 금융을 두 바퀴로 부산의 도약을 기약하는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도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5월 29일까지이니 의지가 있다면 처리할 수도 있다. 여의치 않다면 22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처리하겠다고 확약해야 마땅하다. 이게 부산의 요구이다.

나르키소스(Narcissus)로 통하는 수선화는 ‘의원입네’하는 자기애의 경계일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하다 죽음에 이르렀다는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이다. 나르시시즘이 여기서 나왔다. 게다가 수선화는 열매가 없다. 4년 임기가 덧없이 흘러가버릴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탄생 봄 고결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상징에 더불어 자아도취 자기애란 부정적 의미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멀리 서양까지 갈 필요도 없다. 50대의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곁에 둔 꽃이 수선화였다. 20대에 연경(베이징)에서 보고 반했던 그 꽃이 제주도엔 지천이었다. 8년간 유배생활을 지켜준 수선화는 ‘해탈한 신선’이란 시구로 남았다.

국회의원이 수선화를 보며 본분을 지킨다면 걱정이 없겠다. ‘관용을 베풀면 곧 대중을 얻고, 믿음직하면 곧 대중이 일을 맡기고, 민첩하면 곧 공적이 생기고, 공정하면 곧 대중이 기뻐한다’. ‘논어’ 마지막 요왈편에 나오는 말이다. 2500년을 이어온 동양 정치의 바탕이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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