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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다리 잔혹사

  • 정상도 기자 jsdo@kookje.co.kr
  •  |   입력 : 2024-03-27 19:40:4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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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세계 최장 현수교 차나칼레대교는 우리 건설회사 작품이다. 이 다리 주탑과 주탑 사이가 2023m다. 다리의 하중을 주탑과 주탑 사이에 설치한 케이블로 지탱하는 현수교 규모는 이 길이로 따진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카시대교는 1991m, 부산의 상징 광안대교는 500m다.

차나칼레대교는 튀르키예 북서부 차나칼레주의 다르다넬스해협을 가로지른다. 배로 1시간 거리를 이 다리 덕분에 자동차가 5~6분 만에 닿는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일본 기업을 제치고 공사를 따냈다. 2022년 3월 18일 개통했다. 공식 명칭이 ‘1915 차나칼레 다리’(1915 Canakkale Bridge)로 다양한 의미를 담았다. 1915는 제1차 대전 당시인 1915년 오스만 제국의 갈리폴리 전투 승전을 기념한다. 2023m는 튀르키예공화국이 수립된 1923년으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2023년에 맞췄다.

일본과 경쟁을 이겨내고 세계 최장 현수교 제작국 타이틀을 얻은 우리 기술력의 밑바탕엔 수많은 연륙교 건설 경험이 있다. 일본이 연도교로 4개의 섬을 연결하며 자랑하던 기술을 따라잡은 셈이다. 광안대교 벤치마킹 대상이 일본 도쿄의 레인보우 브리지였다.

이처럼 다리는 역사와 문화, 기술의 집약체다. ‘우리 시대의 역사는 다리를 통해 알 수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통나무나 덩쿨에서 석재를 활용하다, 산업혁명 이후 철이 도입되면서 다리 건설은 날개를 달았다. 교통 발전을 이끌 뿐만 아니라 문화와 관광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불꽃축제는 물론 다양한 관광 이벤트가 벌어지는 광안대교가 대표적인 예다.

다리의 발전은 하중 및 바람과의 싸움이다. 길고 튼튼하며 세련된 외관을 가진 다리를 향한 도전은 수많은 붕괴의 좌절을 딛고 이어졌다. 중국 광저우시에선 지난달 컨테이너선이 리신사대교와 충돌하면서 상판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도에선 2년 전 보행자 전용 현수교가 끊어져 수백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21년 멕시코에서도 도시철도 고가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30년 전인 1994년 10월 서울 성수대교 붕괴란 트라우마가 여전하다.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의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가 대형 화물선에 받혀 붕괴됐다. 다리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과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지난해 이맘때 경기도 분당 정자교의 보행로 일부가 내려앉은 사고 기억이 생생하다. 다리 잔혹사를 끊는 기본은 안전 시공, 안전 관리다.

정상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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