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의료개혁을 위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의대 증원·의료 개혁,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저항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한 안을 가져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사회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앞서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설치를 언급한 바 있는데, 형식이 무엇이든 의정 협의기구를 만들어 대화하자는 의미다. 다만 증원 규모와 관해서는 “지금 늘리지 않으면 매번 이런 갈등을 겪어야 한다”며 타협 여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의사단체는 물론, 야당은 일제히 “마이동풍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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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날 밤 대통령 담화 계획이 전격 발표될 때만 해도 의대 증원 규모를 놓고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방침에 “유연한 처리”를 지시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여당 내에서도 “2000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협상론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2000명이 결정된 근거, 경위, 당위성, 긴급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며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만 의사들이 불법 집단행동을 멈추고 창구를 단일화해 협상에 응한다면 대화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문은 아직 열려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공은 이제 의사들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현재로선 변화 기미가 없다. 지난 2월 20일 시작된 전공의 파업은 50일에 가까워진다. 전공의 90%는 병원 밖을 맴돌고, 공백을 메우다 지친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내고 이달부터 진료 감축에 들어갔다. 개원의들은 휴일과 야간 진료를 거부한다. 의사들이 대통령 요청에 호응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의 의료 대란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지 알 수 없다.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충북의 33개월짜리 아기가 목숨을 잃었다. 지역의 필수의료 붕괴 때문인지 이번 의료 파업 여파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은 또 벌어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윤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의료개혁에 수반될 당근책도 제시했다. 필수 및 지역의료 지원, 사법리스크 안전망 마련, 전문의 중심병원 구축,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모두 의사들 요구사항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필수와 비필수의료 사이의 수입 격차가 줄어들지언정 의사 전체 평균 소득이 감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의사들의 파업은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약속을 어길 때 하라고도 했다. 전공의들은 이런 대통령을 믿고 일단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도 총선 국면을 노린 과격 발언을 자제하고 정부 요청에 응해야 마땅하다. 정부든 의사든, 국민이 느끼는 피로도가 제일 높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