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화에 따른 사회양극화와 초저출산 문제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성과 남성 등으로 분단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소득과 자산 격차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에서 26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고, 고용불안정성 또한 가장 높다. 2022년 기준 여성의 임시직 비중은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32.0%(OECD 평균 12.2%)로 가장 높고, 여성의 평균 근속연수는 4.7년(OECD 평균 8.2년)으로 가장 짧다. 여성관리자 비중도 한국(14.6%)이 OECD 회원국 평균(34.1%)보다 절반 이하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 승진에서도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존재하고 있다.
노동시장 격차와 여성의 고용불안정성은 결혼과 출산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기준 0.72명으로 나타나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고, OECD 회원국 평균(1.6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최근 15년간, 380조원)하여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출산율은 개선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1960년 6.0명, 1980년 2.8명, 2000년 1.5명, 2023년 0.72명). 한국의 17개 광역시·도별 합계출산율을 살펴보면(통계청 인구동향조사, 2023), 세종시(0.97명)가 가장 높고, 서울(0.55명)과 부산(0.66명)이 가장 낮다.
세종시의 합계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소득수준이 높은 서울의 합계 출산율이 가장 낮은 원인은 무엇인가? 세종시의 높은 출산율은 신도시 조성에 따른 신혼부부 유입, 보육친화적인 환경 조성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타 시·도에 비해 공무원 가구 비중이 높아 고용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타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은 높지만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자녀를 양육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자기집 보유율은 매우 낮다. 서울시의 자가보유율은 2022년 기준 48.8%로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낮고, 무주택 노동자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정규직 20배, 비정규직 34배)은 가장 높다. 이는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시점에서 자기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가구소득을 한 푼도 쓰지않고, 34년 정도를 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문영만, 2023).
OECD 회원국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 그 해법은 무엇인가? 출산율 하락의 원인은 가족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유아 시기부터 20∼30년간 막대한 사교육비와 자녀양육비를 지출해야 하는 한국사회에서는 고용과 소득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여성과 가구주는 자녀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선행연구에서도 자녀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계소득, 여성의 출산연령, 아동수당 및 출산휴가, 자가보유 여부, 고용안정성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고용안정성 지표인 고용형태(정규직·비정규직)와 가계소득 변수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한국사회에서 자녀를 출산·양육하기 위해서는 소득수준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고용안정성과 소득안정성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고용이 불안정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 가구주는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과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여성노동자는 더더욱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출산율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수당 확대와 아빠의 육아휴직 의무화 등을 통해 여성의 양육부담을 경감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양성평등을 높이고 일·가정 양립을 통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회성 현금지원보다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화에 따른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정과 소득불안정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