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부산의 정치지형과 수도권 일극주의

  •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  |   입력 : 2024-04-03 19:53:1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수도권 일극주의의 기형적 국가 체제인 대한민국에서 부산은 한때 2위, 지금은 자칭 2위의 도시다. ‘서부인대(서울-부산-인천-대구)’는 부산 만의 자위적 수식어일 뿐 실상은 ‘서인부대’ 순이다. 아울러 인천과 부산의 격차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부산이 ‘자칭 제2도시’로 전락한 데는 부산의 정치지형이 큰 몫을 했다. 부산의 정치지형은 보수로 확고히 기울었던 과거와 달리 경사가 최근 완만해졌지만 보수 정당에 유리한 구도인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부산 정가에선 보수 정당의 예선전(공천)에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은 인재와 후보자가 넘쳤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선이 아닌 예선에서 사생결단의 전쟁이 벌어졌다. 선거 범죄도 대부분 공천 과정에서 발생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실종신고까지 돼 선거운동을 하지 못한 한나라당 후보자(선거일 이후 숨진 채 발견)가 당선되는 일도 있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정당은 후보자를 배출하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이른바 ‘선거 비용’을 한몫 챙겨보자는 심산으로 출마하면서 자질이 의심될 만한 후보자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은 18대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부산에서 후보자를 전원 배출하지도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되는 정치지형에 익숙한 보수 정치인들과 ‘선거비용 보전’만 받으면 다행이라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진보 정치인들 간의 경쟁은 부산에서 실종됐다. 보수 정당은 텃밭이라는 이유로, 진보 정당은 불모지라는 이유로 부산에 공을 덜 들였다. 이번 총선에서 양당 후보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선거구가 많고 심지어 부산에서 가장 보수적인 해운대갑 선거구에서도 접전 구도가 형성된 것도 부산에서는 ‘대이변’이다.

부산의 이 같은 정치적 지형과 정치 풍토가 고착하는 사이 수도권은 예나 지금이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여야 간 혈투가 벌어진다. 조금이라도 나은 공약과 정책을 선보이려는 여야의 죽기살기식 경쟁은 수도권 환경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었다. 수도권의 ‘영리한 표심’이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 수 없는 살얼음판 같은 정치적 긴장감을 조성했다. 이에 여야는 언제나 수도권 위주의 정책을 부르짖었다. 수도권은 인구에 비례해 의석 수도 많다. 결국 수도권에서, 수도권을 위한, 수도권에 의한 입법이 언제든 이뤄지는 것이다. 여야의 피를 말리는 수도권의, 경쟁이 없었던 부산의 정치지형이 오늘날 수도권 일극주의를 낳았다는 논리는 결코 비약이 아니다.

공정성이 담보된 경쟁이 없는 조직이나 사회가 도태되는 것처럼 정치의 발전과 정치인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치열하고, 절박한 경쟁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게 역대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긴장감과 자신감을 각각 안긴 상황이라 정치적 호오나 정당의 선호도를 떠나서 부산 유권자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 같은 경쟁 구도의 형성을 정치적 우위에 있는 세력을 깎아 내리고 열등한 세력을 띄워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부산이 수도권처럼 여야 간 경쟁구도를 갖추지 못한 데는 유권자들 환심을 사지 못한 민주당의 책임도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가덕신공항 건설 등 부산에 상당한 애정을 쏟았지만 현재는 KDB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 문제만 봐도 여전히 ‘공(투자)을 들일 만큼의 표(수익)를 따진다’는 인상을 준다.

내일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된다. 정권을 심판하든, 야당을 심판하든 민주주의 체제에서 유권자는 투표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냉소적이지만 ‘시민은 투표일에만 자유롭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는 장자크 루소의 고전적 지적이 있듯 투표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투표일조차도 유권자들이 ‘호구’가 된다면 권한의 수임자(정치인)가 위임자(국민)에게 군림하게 된다. 우리를 대표하는 정치인의 수준이 곧 우리의 수준, 정치인의 역량이 주민의 역량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송진영 사회부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행정직은 35명, 우린 1명? 사회복지직 승진 소외에 뿔났다
  2. 2현대건설 컨소시엄, 가덕신공항 부지공사 단독 응찰(종합)
  3. 3기초의회 원 구성, 이번에도 감투싸움
  4. 4“향후 20년 성범죄 근절 노력” 25일 밀양시장 머리 숙인다
  5. 5글로컬대 본선 앞둔 지역대, 해외까지 지·산·학 교류 보폭
  6. 6볼거리 많아진 부산모빌리티쇼…르노코리아 ‘오로라’ 최초 공개
  7. 7부산시 과장급 7명 3급 승진 인사
  8. 8양산 원동습지 생태공원 내달 문 연다
  9. 9창원대 우주항공 캠퍼스 추진…사천시 “경상국립대 배제 아냐”
  10. 10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1. 1與, 7개 상임위원장 수용…추경호 원내대표직 사의
  2. 2연일 ‘채상병 특검법’ 띄우는 한동훈…대립각 세우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3. 3[정가 백브리핑] 두 달 만에 6개 법 발의·입법준비…부산시 ‘국회입법 협력서비스’ 호응
  4. 4이재명, 대표직 사퇴…연임 도전 수순
  5. 5여야 원 구성 또 결렬…與 7개 상임위 수용여부 24일 결정
  6. 6대대적 물갈이 예고…부산시의회 인기 상임위 경쟁 치열
  7. 7음주보다 벌금 낮은 마약·약물 운전…與 김도읍 처벌 강화 법안 대표발의
  8. 8[단독]나경원, 당권주자 중 처음 부산 당심 공략
  9. 9결심 굳힌 이재명…‘또대명’ 명분이 고민
  10. 10與 “협상 중단”…野 “더는 못 미뤄” 25일 본회의 강행 예고
  1. 1현대건설 컨소시엄, 가덕신공항 부지공사 단독 응찰(종합)
  2. 2볼거리 많아진 부산모빌리티쇼…르노코리아 ‘오로라’ 최초 공개
  3. 3미분양주택 늘고 미수금 증가…부산 건설업체 자금사정 악화
  4. 4서동에 의류제조 특화센터…부산경남봉제조합서 운영
  5. 5유망한 스타트업 발굴…롯데百 팝업·입점 기회 준다
  6. 6도시·건축 아이디어 교류, 부산서 국제건축워크숍
  7. 7BPA ‘인니 물류거점’ 문 열었다
  8. 8“한성기업 식품비중 확대…매출 1조 초석 놓겠다”
  9. 9부동산PF 정상화 나선 캠코…저축銀 사채 786억 원 인수
  10. 10주가지수- 2024년 6월 24일
  1. 1행정직은 35명, 우린 1명? 사회복지직 승진 소외에 뿔났다
  2. 2기초의회 원 구성, 이번에도 감투싸움
  3. 3“향후 20년 성범죄 근절 노력” 25일 밀양시장 머리 숙인다
  4. 4글로컬대 본선 앞둔 지역대, 해외까지 지·산·학 교류 보폭
  5. 5부산시 과장급 7명 3급 승진 인사
  6. 6양산 원동습지 생태공원 내달 문 연다
  7. 7창원대 우주항공 캠퍼스 추진…사천시 “경상국립대 배제 아냐”
  8. 8두바이금융센터 위한 법도 제정…자율권 보장으로 미래금융 박차
  9. 9지인이 몰래 차 몰다 사고…대법 “차주도 책임”
  10. 10리튬전지 1개 불 붙자 순식간에 확산 추정…화약고 된 공장
  1. 1‘민모자’ 양희영, 34살에 첫 메이저 퀸
  2. 2‘효자’ 양궁·펜싱 기대…수영 황금세대도 금빛 물살 가른다
  3. 3‘10초 프리즈’ 김홍열, 올림픽 간다
  4. 4퓔크루크 극장골…독일 16강 진출
  5. 5정현수 사사구 남발…선발투수 데뷔전서 조기 강판
  6. 6호날두 골 대신 골배달, 대회 통산 8도움
  7. 7김하성 10호 홈런…3연속 두자릿수 포
  8. 8부산시장배 세계합기도선수권 성황
  9. 9김민규 2년 만에 한국오픈 정상 탈환…박현경 4차 연장서 윤이나 꺾고 우승
  10. 10롯데 지시완 최설우 김서진 전격 방출 통보
우리은행
후보가 후보에게 묻는다
부산 서동
4·10 총선 지역 핫이슈
원도심 숙원 고도제한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노동자 건강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향
소규모사업장 중처법, 투약 중단이 필요한가?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더 많이 두들겨 보아야 할 산복도로라는 돌다리
옛 부산세관 복원, 진정한 새로운 전통이 되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불완전함의 가치
연대(連帶)의 중요성과 과학자의 역할
국제칼럼 [전체보기]
길 들이기와 길 들지 않기
‘3요’와 칸 레드카펫을 빛낸 조연들
기고 [전체보기]
‘남북호’, 부산항의 헤리티지와 원양산업 미래
갑진년 김해시의 ‘값진 주민과의 대화’
기자수첩 [전체보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환호와 예우…‘축제의 궁전’ 품격이 달랐다
영화의전당 대표 연임…소통 외치는 현장에 귀 기울여야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아직 명당 덕을 덜 본 것일까?
노무현이 옳았다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신문은 살아 있고, 칼럼은 말을 건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공존과 양립으로서의 국악 컬래버
디아스포라의 노래 영천아리랑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천덕꾸러기’ 북항재개발 이대로는 안된다
소통을 이기는 무기는 없다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도청도설 [전체보기]
경정(更正)
노줌마존
메디칼럼 [전체보기]
일하는 사람의 1차 의료, 근로자 건강진단
100세시대의 건강관리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대만과 밀크피시
조식전쟁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뇌, 팩트 체크!
사설 [전체보기]
첫 장맛비에 옹벽 가로수 피해…수해 없는 여름 보내길
국민의힘 7개 상임위장 수용…‘일하는 국회’ 경쟁하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시 아날로그의 세계를 생각한다
포위된 정치, 제22대 국회에 대한 기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건강주치의 제도가 의료 개혁의 핵심인 이유
의대 입학정원 갈등의 올바른 해법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회의 바다, 우리네 함장은 어디로 키를 잡을까
부산항, 글로벌 물류 허브 플러스 알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푸틴의 행보와 러시아 경제
경제문제가 풀려야 인구문제가 풀린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인문 정신은 언제나 곡선으로 간다
호모 사피엔스의 바다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나만의 생각’을 길러주려면
한국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IB교육학회 창립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건강과 재물을 얻는 명당아파트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당원 중심주의’의 함정
비례대표 제도는 죄가 없다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페라 와인
와인이란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로크 음악
낭만오페라의 종언! 푸치니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꽃피는 부산항’에서
처음 보는 ‘무릉도원’
CEO 칼럼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경제권
우리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났다
  • 유콘서트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