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 투표’가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한 상징으로 떠올랐다. ‘너 죽고 나 살자’는 극단적 정치 양극화 산물이 심판론이라면, 한 단계 진화한 심판론이 응징 투표다.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강서구 명지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는 소식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일정을 바꿔 같은 장소에서 투표했다. 조 대표는 윤 정권 창출과 실정에 책임 있는 출마자를 심판하자며 ‘응징 투어’를 하고 있다. 조 대표 투표를 응징 투표라 하는 까닭이다. 앞서 지난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싸잡아 “사전투표로 범죄자들을 응징하자”고 했으니 도긴개긴이다. 거대 양당이 맞불을 놓고 제3세력이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윤 대통령은 부산항신항 7부두 개장식 참석과 사전투표에 이어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삼광사를 방문했다. 부산대병원은 올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헬기 이송’ 논란을 빚었던 곳이고, 삼광사는 부산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힌다. 야권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입길에 오르기 딱 좋은 사전투표 첫날 행보다. 비례투표로 10석 이상 의석을 기대하는 조국혁신당이다. 21대 국회 최대 실패작이라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임에 틀림없다. 입맛이 개운찮기는 오십보백보다.
역대 총선 최고 사전투표율과 더불어 10일 본투표 결과에 생각이 미치자 등골이 오싹해진다. 응징과 혐오로 점철된 선거판은 천당과 지옥으로 쩍 갈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닦아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라’(修己治人·수기치인)는 동양 정치의 본령, 쉽게 말해 ‘민생’은 온데간데없다. 7일은 조선 대표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 선생 188주기를 맞는 날이다. 다산은 1836년 음력 2월 2일 75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은 15세에 결혼한 다산의 60년 회혼례 행사일이었다. 축하객들이 졸지에 문상객이 되었다.
다산의 삶과 사상은 1801년부터 1818년까지 강진 유배 시절 저술한 500권 남짓에 오롯이 담겼다. 이 가운데 절반이 ‘논어’를 바탕으로 한 수기론이고, 절반이 1표2서(‘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치인론이다. 다산은 1813년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로 ‘논어’ 연구를 집대성했다. 배우기(學而·학이)로 시작해 남의 말 알기(知言·지언)로 끝나는 ‘논어’는 현실정치에 실패한 다산의 버팀목이었다. ‘논어’ 마지막 구절 핵심어 ‘지언’은 응징과 혐오를 부추기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경고다. 언제나 그랬듯 하늘과 같은 유권자의 심판이 희망이다.
정상도 논설주간